“공부는 소처럼, 방법은 여우처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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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 성심정신과 윤정섭 원장이 자신이 10년 동안 연구해 체계화한 학습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조영회 기자

아산의 한 정신과 의사가 학습발달연구소를 개원해 화제다. 윤정섭 성심정신과 원장이 그 주인공. 윤 원장은 “공부에도 기술이 있다”는 주장을 한다.

우리나라에는 ‘공부에 왕도(王道)가 없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미국 등 서구 선진국에서는 이미 1980년대부터 체계적인 연구가 진행돼 왔고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학습법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고교시절 무기정학을 당할 만큼 ‘부적응 학생’이였고 대학입시도 3번이나 실패한 경험을 갖고 있는 윤 원장이 말하는 학습법은 무엇인지 궁금해 만났다.

-최근 학습발달연구소를 냈다고 들었다. 연구소에서 하는 일은.

“공부하는 방법을 개발하고 알려주는 연구소다. 낙제를 면치 못하던 의대 1학년 시절부터 학습법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고교시절 공부와는 담 쌓고 지내다 ‘벼락’ 공부로 의대에 입학 해놓고 보니 난감했다. 이러다 “졸업도 못하겠구나” 하는 생각에 겁이 났다. 그래서 동기나 선배들 쫓아 다니며 어떻게 공부하는지 묻기 시작했다. 공부 좀 한다 하는 의대생들 다수가 저마다 자신만의 학습법을 가지고 있었다. 따라 하다 보니 성적도 오르고 다행히 무사히(?) 졸업해 정신과 전문의가 될 수 있었다. 이후 학습법에 대해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10년 만에 이를 체계화했고 이를 널리 알리기 위해 연구소를 내게 된 것이다.

-학습기술이란 무엇인가

“말 그대로 공부하는 방법이다. 공부 잘하는 아이들을 보면 대부분 정서적으로 안정돼 있다. 공부하는 습관이 안정돼 있기 때문이다. 공부하는 습관이 잘못 고착되면 성적이 오를 리 없다. 초등학교 때 성적이 좋던 학생이 중학교, 고등학교로 올라가면서 성적이 떨어진다면 학습방법을 진단해 봐야 한다.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 성적이 지능과 관련되지만 그 후에는 지능보다는 학습기술과 정서적인 문제가 성적에 영향을 미친다.

-학습기술을 알면 성적이 오른단 말인가

“암기를 잘하거나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을 공부하는 학생들은 흔히 머리가 좋다고 얘기한다. 우리는 지능이 높다는 말과 머리가 좋다는 말을 동의어로 쓰고 있지만 실제로는 지능이 높아도 공부를 못하는 경우가 많다. 기억방법에는 8가지가 있다. 대도시나 중소도시 학생들을 상대로 학습검사를 해 본 결과 80~90%의 학생들이 1~3개 정도의 암기방법을 미숙하게 사용하고 있었다. 8개 모두를 익숙하게 사용하는 경우는 극히 소수였다. 암기란 정보를 전체적인 것에서 세부적인 것으로 분류, 조직화할 수 있는 능력으로 8가지 방법을 어떻게 적절히 사용하는가가 지능보다 중요하다.”

-연구과정이 궁금하다

“처음엔 외국의 문헌과 연구논문 등의 자료를 바탕으로 인지치료 및 NLP이론(신경언어프로그램) 등을 정리했고 여기에 학생시절 경험과 정신과 의사로서의 경험 등을 바탕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어 적용해봤다. 나름 성과도 있었지만 실제 공부할 때 자기 것으로 익숙하게 사용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됐다. 방법을 알려줘도 학생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했다. 그래서 이후 연구를 통해 몇 가지 단계를 더 만들어 교육한 결과 효과가 눈에 띠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앞으로 계획은

많은 청소년들이 성적 때문에 고민한다. 우리나라 청소년 문제 중 상당수가 성적과 무관치 않다. 나 스스로 의대 입학 후 심한 좌절감과 뼈저린 후회를 경험했다. 학습기술은 다양하고 복잡한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어느 한 분야의 전문가에 의존한 연구는 한계가 있다는 생각에 상담심리 전문가, 교육심리전문가, 교사, 소아청소년과, 정신과 전문의 등이 함께 모여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정신과 의사로 이런 문제에 대해 조금이라도 역할을 하고 싶다.

장찬우 기자

◆윤정섭 원장은= 한림대 의대를 졸업하고 1995년부터 아산에서 성심정신과 의원을 개원하고 있다. 2000년 한국발달심리연구소를 개원했고, 2001년 서울 서초구에 (주)마인드엔 바디 서울연구소를 개원했다. 2005년에는 1년 동안 노벨과 개미 학습연구소장을 역임했다. 최근에는 아산에 닥터윤 학습발달연구소를 개원해 학생들을 상대로 학습프로그램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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