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외화 인기타고 더빙 성우들 '빛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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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 '슬레이어즈 트라이' 가 끝난 이후 볼만한 만화가 없다.더욱 슬픈 것은 위대한 덕희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된 것이다.캡틴 테일러에서 유리카 역을 맡으신다는 것을 안 뒤로 뛸 듯이 기뻤으나 강의시간과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땅을 치며 나 자신을 저주했다." (나우누리 ID lina) "정말 정말 도현님은 대단하십니다!

존경 존경 존경. 제가 너무나 좋아하는 분이기에 그 분 이야기가 나오니 행복하군요" (나우누리 ID touch78) 10대들의 영웅인 H.O.T나 S.E.S의 팬클럽이 아니다.

얼굴이 한번도 공개적으로 알려진 적이 없지만 성우 최덕희.김도현 팬들의 반응은 열광적이다.SBS의 만화영화 '마법소녀 리나' 의 리나와 KBS2 '세일러문' 에서 '세라' 을 맡았던 최덕희는 현재 가장 열렬한 팬을 확보하고 있는 성우. 지난해 9월 이후 회원 수만 5백여 명에 이르는 최덕희의 팬클럽 '덕희다솜' 에서는 이달 들어 최덕희에 관한 인터넷 홈페이지와 팬클럽전용 전화사서함을 만들었다.

김도현은 다큐멘터리 내레이션에 강해 다수의 여성팬을 확보하고 있는 성우다. 이처럼 얼굴없는 연예인인 성우의 팬클럽이 10여 개를 훨씬 넘으면서 성우들이 새로운 조명을 받고 있다.

나우누리의 '목소리 광장' 에 개설된 국내 성우 팬클럽만 8개. 천리안의 'echo' 과 하이텔의 'voice' 에 개설된 국내 성우팬클럽도 10여 개에 이른다.

지난해 말부터 활성화되기 시작한 이 같은 팬클럽 회원들은 매주 한 번 있는 정기 채팅시간을 통해 좋아하는 성우에 대한 정보를 공유한다. '기인열전' '아이언 리거' 등에 출연 중인 성우 김영민씨가 일주일에 받는 전자메일은 평균 1백여 통. 외화 'x파일' 의 스컬리 역으로 인기를 모았던 서혜정씨는 얼마전 '세일러문' 녹화장으로 직접 찾아온 팬들은 만나기도 했다.

이처럼 성우들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애니메이션 영화에 대한 젊은이들의 관심이 커지면서부터. 2월 종영 후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재방영 요구가 계속되고 있는 SBS의 '마법소녀 리나' 나 웬만한 드라마보다도 높은 시청률 20%를 유지하고 있는 KBS의 '달의 요정 세일러문' 등은 사실 전 세계적인 팬을 확보하고 있는 만화영화다.이미 일본 등지에서 높은 인기를 점유했던 이 만화영화는 시작되기 전부터 국내 애니메이션 팬들을 가슴 설레게 했던 작품. 국내 성우뿐만 아니라 외국의 성우들에 연구모임도 활발하다.

메구미 하야시.바라시아나 헤키루 등 주로 일본 만화의 주인공을 맡은 성우들에 대한 연구모임들도 만들어져 있다.특히 일본판 '마법소녀 리나' 에서 리나 역을 맡았던 메구미는 이미 홍콩이나 일본,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성우. 성우협회 총무이사 김익태씨는 "특히 5~15년 정도의 경력을 가진 젊은 성우들의 인기가 높다.세대교체 이후 자연스럽고 정감 가는 목소리에 대한 반응이 높은 것 같다" 고 말한다.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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