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돈줘야 원자재 산다…중소기업 경영난 심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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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중소기업들이 정부의 원자재 지원대책에도 불구하고 원자재를 제때 구하지 못해 생산차질을 빚고 있는 것은 물론 공급업체의 현금 결제요구로 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부 대기업들은 현금을 주지 않으면 물건을 안내줘 자금여력이 달린 일부 업체들의 경우 조업을 단축하거나 일부 생산라인을 폐쇄하고 있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전국 4백63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해 31일 발표한 '3월 원자재 수급동향 조사' 에 따르면 전체의 절반이 넘는 업체 (55.2%)가 현금을 주고 원자재를 사고 있고 있으며 외상구입 비중은 지난해 10월 80.4%에서 44.8%로 절반가량 줄었다.

게다가 외상구매때 담보까지 요구하는 사례도 6.7%포인트 증가한 17.7%에 달해 중소기업들의 경영난을 더욱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인천의 철강가공업체인 H업체는 포철이 최근 현금결제가 아니면 물건을 내주지 않아 할 수 없이 2개 가공라인을 폐쇄했다.

수출환어음으로 원자재를 들여오는 D공구는 외국공급업체들이 "한국금융기관의 보증은 못믿겠다.

선급금을 주고 물건을 가져가라" 는 바람에 원자재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이에 따라 면사의 경우 평소 갖고 있어야 할 적정 소요가 65일분이나 현재 확보량은 16일분에 지나지 않고, 생고무는 적정 소요 29일에 확보량이 17일에 불과한 등 주요 원자재의 현재 확보량이 적정 소요의 50%를 겨우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원자재 가격은 국제통화기금 (IMF) 관리체제 이전인 지난해 10월과 비교할 때 알루미늄이 현재까지 66.4% 인상된 것을 비롯, 평균 40.3% 올랐다.

하지만 중소기업들은 오른 원자재값을 제품가에 아예 반영하지 못한 곳이 10개업체중 4개업체 (39.5%)에 달하고 전체를 반영하는 곳은 없어 채산성 악화를 재촉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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