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NLL서 육해공 동원 ‘교전 직전 행위’ 시도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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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27일 정부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면 참여에 대응해 서해 5도의 안전 위협과 정전협정 무효화를 거론하며 한반도의 위기 수위를 높였다.

27일 중국 랴오닝성 단둥시 인근 압록강에서 국경경비선 위의 북한군 병사가 쌍안경으로 중국 유람선을 살펴보고 있다. 북한은 이날 한국의 PSI 참여가 북한에 대한 선전포고라며 군사적 타격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AP=연합뉴스]

북한의 반발은 예상됐던 것이다. PSI를 이유로 해서 군사적 충돌 위협을 높여 남한의 경제·사회 전반에 심각한 불안감을 조성하려는 ‘흔들기 전략’이다. 북한은 이번엔 1999년과 2002년 두 차례 남북 함정 간 해전이 발생했던 서해 5도를 구체적으로 지목했다. 핵실험까지 강행한 북한이 ‘정면 대결’을 공언한 것이라 북한이 위협 행위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전문가는 북한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 남측 어선을 나포하거나 ▶NLL 인근에 단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나 해안포 사격에 나서고 ▶서해 상공에서 남측 전투기에 근접비행을 시도하는 등의 ‘교전 직전 행위’를 시도할 가능성을 지적했다. 일부에선 북한이 NLL에 함정을 접근시켜 남한 군 당국의 반응을 떠보며 자극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북한의 군사적 도발에 우리 군이 맞대응할 경우 북한이 개성공단 전체를 인질로 삼는 최악의 상황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북한이 실제로 국지전을 도발할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남한이 이미 군사적으로 총체적 대비 태세에 들어간 만큼 북한이 쉽게 움직일지는 미지수”라고 전망했다.

당국과 전문가들은 NLL 위협만 아니라 ‘정전협정 무효화’를 거론한 북한의 속내에 주목한다. 북한은 그동안 정전협정 무효화를 줄기차게 시도해 왔다. 정전협정은 한·미 상호방위조약과 주한미군 주둔의 논리적 근거다. ‘종전’이 아니기 때문에 미국이 한국 방어를 책임질 수 있다는 논리다. 이 때문에 북한은 이번에 정전협정 무효화를 통한 ‘전시 상태’를 주장해 단기적으론 한반도 위기지수를 높이고 장기적으론 북한이 원하는 방식의 평화협정 체결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백승주 국방연구원(KIDA) 박사는 “핵실험 뒤 정전협정 무효화는 향후 핵 보유국 위치를 인정받으면서 평화협정을 시도하겠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또 북한 주장대로 정전협정이 무효화된다면 군사적 충돌이 벌어지지 않더라도 개성공단의 안전 문제와 그간의 남북 간 각종 합의의 실효성 문제가 역시 불거질 수밖에 없다. 매일 남측 인원 수백 명이 개성공단에 출퇴근하고 있는데 북한이 ‘전시 상태나 다름없다’며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공단 내 신변안전과 통행을 대남 압박 카드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남북 투자보장합의서 등 각종 경제 분야의 협정도 향후 일방적으로 무효화할 수도 있어 당분간 남북관계는 앞을 보기 어려운 긴장 상황이 계속될 전망이다. 

채병건·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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