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 월스트리트저널]국제 예술품 경매시장 썰렁…한국산 값 곤두박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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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아시아지역의 경제한파가 국제 예술품 경매시장을 크게 위축시키고 있다.

소더비.크리스티 등 예술품 경매전문업체들에 따르면 최근 국제 예술품 경매시장에서는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한국, 인도네시아, 태국 등의 예술품 수집상들이 구매활동을 사실상 중단한 반면 이들이 내놓는 매물 (賣物) 은 오히려 급증해 거래부진과 함께 경매가 (價)가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게다가 홍콩의 중국 반환에 앞서 홍콩에서 흘러나왔던 중국 예술품들이 아직 처분을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라서 앞으로 예술품 가격은 더욱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큰 폭의 가격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한국산 예술품들. 최근 미국.유럽등의 국제 경매시장에서 조선시대 도자기의 경매가가 1만달러이하로 떨어지자 소더비사 (社) 와 크리스티사 (社) 는 뉴욕에서 개최할 예정이었던 한국 예술품에 대한 봄철 정기 경매를 전격 취소했다.

한국 예술품들이 이처럼 큰 가격 하락을 보이는데 대해 소더비사의 한 한국예술품 담당전문가는 "통상적으로 경제난이 몰려오면 고가품 (高價品) 보다는 중가 예술품 경매가 큰 타격을 받기 때문에 중가품이 많은 한국물이 하락하는 것" 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91년이후 서울을 비롯한 아시아 주요 도시에 지점을 내고 대규모의 투자를 했던 소더비사는 영업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세계 경매시장 경기의 척도가 되는 소더비와 크리스티의 매출은 지난해 20%가량 증가한 39억달러를 기록했지만 이는 사상 유례없는 미국 경제의 호황으로 아시아에서의 손실을 보충했기 때문이라고 소더비 관계자는 귀뜸했다.

그는 "설상가상으로 최근엔 일본 수집상들이 환차익을 노리고 80년대 호황기에 사들였던 인상주의 작품들과 현대 추상 예술품들을 되팔려하고 있어 경매가 회복은 당분간 어려울것" 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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