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문화] 음악도시로 거듭난 일본 가와사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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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 일본 수도권 공업도시 가와사키(川崎)가 시승격 80주년을 맞아 개관한 가와사키 심포니 홀. 도심 재개발 사업의 결실이다.

도쿄(東京)역에서 전철로 17분, 요코하마(橫濱)에서 8분 걸리는 일본의 수도권 위성도시 가와사키(川崎)의 별명은'샌드위치'다. 도쿄만으로 흘러드는 다마(多摩)강을 사이로 도쿄와 요코하마 사이에 남북으로 길쭉하게 끼인 모양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인구는 129만명. 수원(103만명)보다 조금 많다.

도시바(東芝) 공장이 있는 중화학공업도시로 유명한 이곳이 최근 우중충한 잿빛을 훌훌 털어내고 '음악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이달 초 JR 가와사키 역 서쪽 출구와 곧바로 연결되는 재개발 부지에 산뜻하게 들어선 가와사키 심포니홀(1999석)이 그 신호탄이다. 지난 1일 도쿄 심포니가 연주하는 말러의 '천인'교향곡으로 개관 공연을 열었다. 아베 다카오(阿部孝夫) 가와사키 시장은 심포니홀 앞 거리를 '음악의 거리'로 명명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번듯한 공연장을 짓는 것은 일본에서 그리 새로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가와사키의 경우는 좀 다르다. 개관에 앞서 끈질긴 설득 끝에 일본에서 세번째로 역사가 오래된 도쿄 심포니(TSO.1946~)를 상주(常住) 단체로 영입한 것이다. 소프트웨어 없는 하드웨어는 무용지물이라는 생각에서다.

이달 초 TSO는 도쿄 신주쿠(新宿)의 연습실을 아마추어 교향악단.합창단을 위해 임대 공간으로 내놓았다. TSO가 가와사키행을 결심한 것은 '빌딩 연습실'로는 TSO 고유의 사운드를 만들 수 없다는 절박감 때문이다. 가와사키 심포니홀은 도쿄 산토리홀, 도쿄예술극장, LA 디즈니홀을 설계한 나가타(永田)음향이 컨설턴트를 맡은 세계적 수준의 공연장이다. 디즈니홀.베를린필하모니홀 같은 포도밭 스타일의 객석 배치가 특징이다. 2억7000만엔(약28억7000만원)짜리 스위스제 파이프오르간이 들어섰고, 콘서트홀 외에 시민교류실(150석).회의실.연습실.기획전시실도 갖췄다.

도쿄에는 창단한 지 30년 이상된 교향악단만 해도 TSO를 비롯해 도쿄 필하모닉, NHK 교향악단, 재팬 필하모닉, 요미우리 니폰 심포니, 도쿄도 심포니, 뉴 재팬 필하모닉 등 7개나 된다. 이에 반해 심포니 전용홀은 산토리홀.도쿄예술극장.오페라시티 콘서트홀 등 3개뿐이다. 1997년 스미다 트리포니홀과 상주계약을 한 뉴 재팬 필하모닉만 전용 홀을 갖고 있다.

TSO는 가와사키 심포니홀에서 정기 연주회 5회, 공동 기획공연인 '명곡전집'시리즈 10회 등 연간 20여회의 공연을 하는 조건으로 전용 연습실과 사무국 공간을 제공받기로 했다. 공연이 없는 날에는 무대 연습도 마음껏 할 수 있게 됐다. 교향악단은 세계적인 연주 공간에 상주하면서 시설을 마음껏 이용할 수 있고, 가와사키시는 저명한 교향악단을 지역에 유치함으로써 시민들에게 고급스러운 음악을 선사할 수 있게 됐다. '윈윈 게임'인 셈이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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