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쌍방울 살아야 모두 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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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오늘이 월급날인데 월급이나 제대로 나올지 몰라. " 25일 전주구장. 프로야구 쌍방울 어느 코치의 한숨 섞인 한마디다.

여느때 같으면 한달 가운데 가장 기분 좋은 날이겠지만 이날은 달랐다.

최근 몇달 월급이 며칠씩 늦게 지급되다 보니 월급날이라고 마냥 기분 좋을 수는 없었다.

기대반 걱정반인 것이다.

쌍방울의 올시즌은 그야말로 '기대반 걱정반' 이다.

오는 29일 쌍방울 후원회 (회장 탤런트 김수미) 는 '레이더스 사랑 자선대공연' 을 연다.

유종근 전북지사를 비롯해 전 재일교포 야구선수 장훈, 최불암.최진실 등 톱탤런트들이 대거 참여한다.

심각한 경영난에 빠진 쌍방울 구단에 조금이라도 보탬을 주자는 '2백만도민 한계좌 갖기 운동' 도 펼친다.

이같은 주위의 성원은 선수들의 사기를 북돋워주긴 한다.

그러나 막상 시범경기를 치르다 보면 힘이 빠진다는 게 선수들의 말이다.

다른 구단처럼 외국인 용병이 있는 것도 아니고 대형 신인보강도 없다.

게다가 야구좀 안다는 사람이면 모두 올시즌 최하위 후보로 쌍방울을 지목한다.

정상적으로 시즌을 치를 수 있을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다.

진정한 쌍방울 살리기는 프로야구 전체가 동업자 의식을 갖고 나서야 한다.

서울구단의 10분의1밖에 안되는 입장수입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열악한 프랜차이즈를 좀더 상품성있는 연고지로 바꿔줄 수 있다.

90년 창단 당시 한국야구위원회 (KBO)에 냈던 가입금 50억원을 지원해줄 수 있다면 더욱 좋다.

모두가 어렵다고 나만 살려고 들다 공멸하는 경우를 우리는 주위에서 자주 보았다.

전주 =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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