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멕시코식' 외채상환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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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인도네시아 정부가 해외채권단으로부터 상환기한 연장동의를 일괄적으로 얻어낸뒤 채무기업에 대한 각종 금융지원을 통해 상환을 촉진하는 이른바 '멕시코식 해결방안' 으로 약 7백억달러에 이르는 민간부문의 해외채무상환을 추진하고 있다.

아시안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들은 탄리 아벵 국영기업청 장관이 24일 일 대장성 관리들과 가진 대일 (對日) 채무 처리 방안에 대한 협의를 마친후 대외 민간외채 처리 문제와 관련, 지난 80년대초 멕시코의 금융위기 당시 사용됐던 해결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탄리 장관은 일본측이 기본적으로 이같은 외채상환 방식에 동의했으며, 곧 IMF및 외국채권단과 구체적인 계획 마련을 위해 협의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멕시코가 80년대초 외환위기 당시 도입한 방법은 ▶정부가 공식적으로 민간기업들의 채무를 보증하지는 않지만 ▶기업들을 대신해 채권단과 협상에 나서 일단 상환기한을 연장받은 뒤 ▶정부 출연으로 대외부채상환 외화기금을 설치해 채무기업에 유리한 수준으로 환율을 적용, 외화를 바꾸어 줌으로써 채무상환을 촉진해준 것이 골자다.

이와 동시에 채무기업들에 대해 세금감면, 우대금리 적용 등 정부 차원의 각종 간접지원 방식도 활용됐다.

멕시코 정부는 외국 채권단으로 부터 부채상환을 연장받는 조건으로 자국산 원유를 채권국들에 담보로 제공했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런 방식을 통해 기업들의 외채상환 기한을 최소한 2~3년간 연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필요할 경우 멕시코처럼 원유 등 천연자원을 담보로 제공하는 방법을 신중히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 채권국인 일본으로부터 원칙적인 동의를 얻어냄에 따라 인도네시아 당국은 각 기업에 외채 관련자료 제출을 요청하는 등 정확한 실태파악에 나섰다.

지난달 인도네시아 정부 발표에 따르면 민간기업의 외채총액은 6백83억1천5백만달러로, 이중 순수한 인도네시아 기업의 부채는 3백1억2천만달러, 나머지는 합작기업및 외국인 기업들의 채무다.

한편 인도네시아 정부가 추진중인 외채상환 처리방식에 대해 IMF와 선진7개국 (G7) 채권은행단은 아직 구체적인 논평을 하고 있지 않지만, 원칙적인 방안에는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고 현지 외국인 은행들이 전하고 있다.

임봉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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