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 외국선 이렇게 풀었다]하.일본…신규사업 키워 일자리 창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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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일본 경제기획청 산하의 일본리서치종합연구소가 최근 실시한 고용에 관한 여론조사에서 "나 또는 가족이 향후 1년안에 직장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고 대답한 사람은 전체 응답자의 59.2%에 달했다.

때를 같이해 2월의 완전실업률이 3.5%라는 총무청 발표도 나왔다.

일본으로서는 사상최악의 수준이다.

91년까지 2%대에 머물던 실업률이 거품경기가 꺼지면서 3%대로 진입했으며 이대로 가면 내년에는 4%대에 들어설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일본에서는 실업률에 '빨간불' 이 켜졌다고 법석이지만 수치상으로만 보면 구미 어느 선진국보다 낮은 편이다.

유럽국가들의 실업률은 7.5% (영국)~12.3% (프랑스) 정도이며, 호황인 미국조차도 5.4%나 된다 (96년 기준) . 그러나 실업률을 수치만으로 평면비교하기는 힘들다.

실업에 대한 생각과 국가적인 대응이 다르기 때문이다.

일본의 실업정책은 고용보장을 앞세운다는 점에서 미국.유럽과 차이난다.

요즘 들어 전통적인 종신고용.연공서열제가 무너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조기퇴직이나 정리해고 등 강력한 고용조정방식은 아직 일반화돼있지 않다.

대신 신규채용을 억제하거나 자연감소 인원을 보충하지 않는 방법으로 고용을 조정하는 상황이다.

일본의 고용사정은 업종.지역에 따라 사정이 다르다.

제조업은 수년간에 걸친 구조조정 작업으로 고용안정을 되찾고 있으나 도산기업이 속출하고 있는 금융.건설분야는 꽁꽁 얼어붙어 있다.

노동성은 지난해 12월부터 제조업이나 건설업의 고용안정을 위해 만든 '고용조정조성금' 의 지원대상에 금융업을 포함시켰다.

일본정부가 화이트칼라들의 고용지원에 나선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원래 조성금제도는 사회불안으로 연결될 수 있는 제조업이나 건설업의 대량해고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불황기업에 임금 등의 일부를 지원해주는 조치로 지난 75년에 창설된 것이다.

노동성은 또 경제단체들과 함께 대도시 화이트칼라들에 대한 구직알선과 직업훈련 등을 지원하기위한 '화이트칼라 고용지원 네트워크' 도 2월부터 가동했다.

일 정부는 실업자들에 대해 실업전 임금의 60~80%를 최장 3백일간 지급하는 고용보험제도를 실시하고 있는데 대상자가 급격히 늘어나 4년연속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올해 적자액은 3천억엔 (약 3조3천억원) 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적으로는 대도시보다 지방의 고용사정이 훨씬 심각하다.

하시모토 류타로 (橋本龍太郎) 정권이 내수경기를 살리라는 미국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공공사업 확대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것은 이를 통해 지방의 고용을 창출해온 과거의 경험에 집착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고용창출을 위한 지방경기 활성화는 앞으로 정부가 풀어야할 난제중의 난제라 할 수 있다.

일경련 (日經連) 의 미요시 도시오 (三好俊夫) 부회장은 "일본은 구조조정 과정에 있기 때문에 4%정도의 실업률은 당연하다" 며 "고용창출을 위해서는 철저한 규제완화로 비즈니스 기회를 늘리고 신규산업이 실업자를 흡수토록 하는 방법밖에 없다" 고 말한다.

그는 가장 좋은 예로 전파관련 규제완화로 급성장한 휴대전화산업과 노인개호 (介護) 비즈니스를 꼽았다.

김국진 기자

〈이 시리즈는 해외특파원 취재와 노동부산하 한국노동연구원의 '실업대책의 국제비교' 보고서, 한국은행 해외조사실의 '해외경제정보' , 인터넷상의 각국 실업정책 등을 종합해 엮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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