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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샤 삼각편대의 핵 메시 맨유만의 협력 수비가 해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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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거인과 거인이 충돌한다. 박지성(28)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와 리오넬 메시(22)의 FC 바르셀로나(스페인)가 28일 오전 3시45분(한국시간) 이탈리아 로마 올림피코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맞대결한다. 둘은 지난해 준결승에서 만난 적이 있어 서로를 잘 안다. 본지는 영국 맨체스터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기자를 보내 결전을 앞둔 두 선수를 인터뷰했다. 22일 맨유 훈련장에서 박지성은 “하나 된 조직력으로 메시를 봉쇄하겠다”고 말했다. 같은 날 바르셀로나 홈 구장인 캄프 누에서 메시는 “박지성의 존재감으로 인해 맨유는 더 강하다”며 박지성의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박지성(左)이 5월 16일 프리미어리그 아스널전에서, 메시가 5월 6일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첼시전에서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중앙포토]

현지 인터뷰 … 박지성이 본 메시  몸무게 30㎏에 불과한 아프리카 들개 리카온이 200㎏이 넘는 ‘백수의 제왕’ 사자에게 주눅들지 않고 덤빌 수 있는 것은 무리를 지어 다니기 때문이다. 리카온은 단지 숫자가 많은 것뿐 아니라 각자 맡겨진 역할에 충실한 팀워크로 사자를 위협한다. 박지성은 리오넬 메시를 막을 비법으로 ‘무리의 힘’을 제시했다.

메시와의 재대결을 앞두고 맨체스터 인근 캐링턴 연습구장에서 본지 기자와 만난 박지성은 “메시가 왜 위협적인지는 올 시즌 그가 세운 기록을 보면 알 수 있다”며 “혼자서 막기는 힘들다. 우리만의 조직적인 강점을 내세워 막아내야 한다”고 전략을 제시했다. 메시는 올 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23골로 득점 4위에 오른 데다 챔피언스리그에서는 8골·5도움으로 득점 1위를 달리고 있다.

박지성은 지난해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전에서 메시를 완벽하게 무력화시키며 맨유의 결승 진출을 이끌었다. 당시 영국의 대중일간지 ‘데일리 온 선데이’는 “지난 밤 가장 거대한 변속기어(the biggest shift)는 스콜스의 동료 박지성이었다. 그는 한 사람만의 능력만으로는 해낼 수 없는 ‘초인간적인 노력(super-human efforts)으로 중요한 수비를 해냈다”고 찬사를 보냈었다.

박지성은 “바르셀로나 공격진의 메시·에투·앙리 등 세 명이 모두 위협적이지만 메시가 가장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며 “솔직한 마음으로 경기 당일 메시가 조금은 못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지성의 ‘절친’ 파트리스 에브라도 박지성의 의견에 동조했다. 그는 ‘ESPN 사커넷’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시즌 바르셀로나전에서 박지성이 많이 도와준 덕분에 내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었다”며 “메시를 수비하는 우리의 방법에는 큰 변화가 없다. 매일 훈련 때마다 웨인 루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상대하는 게 메시를 위한 대비 훈련”이라고 말했다. 에브라는 “지난 시즌 박지성이 메시를 막았던 비디오 테이프를 구단에 요청했다”며 “젊은 선수들에게 좋은 표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성은 “메시가 최고의 선수임에는 틀림없지만 이미 지난해 상대한 경험이 있다. 그 경험을 살린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박지성이 말한 경험은 ‘하나 됨’이다.

맨체스터=최원창 기자



“지성, 매우 빠르고 다이내믹
맨유의 퍼즐 조각 완성시켜”

현지 인터뷰 … 메시가 본 박지성 “내 생각에 박지성은 정말 큰 선수다. 그는 매우 빠르고 다이내믹하며 맨유라는 팀의 퍼즐 조각을 완성시키는 선수다.”

메시는 박지성에 대해 묻자 기다렸다는 듯 칭찬을 쏟아냈다. 메시는 “박지성은 맨유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그의 존재감으로 인해 팀이 더 강하다는 것을 장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단순한 공치사가 아니다. 메시는 지난해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2차전에서 박지성에게 꽁꽁 묶였다. 메시는 “아주 아름다운 경기였다. 우리에게도 찬스가 있었지만 그것을 골로 연결짓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번에도 메시는 박지성과 중원 대결을 펼쳐야 한다. “지난해 아픔을 설욕할 수 있을까”라고 묻자 메시는 “이번 결승은 유럽에서 가장 강한 두 팀의 빅 매치가 될 것”이라고 슬쩍 피해갔다. 메시에 대한 바르셀로나의 애정은 각별하다. 최근 맨체스터시티(잉글랜드) 등 몇 팀에서 영입을 추진한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바르셀로나 구단은 “꿈도 꾸지 마라. 억만금을 줘도 안 판다”고 잘라버렸다. 메시도 최근 스페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바르샤(바르셀로나의 애칭)에서 은퇴하고 싶다”고 선을 그었다.

메시는 “자신에게 바르셀로나는 어떤 팀인가”라는 질문에 “바르샤는 내가 인간으로서, 선수로서 성장할 수 있게 해준 곳”이라고 대답했다. 메시가 열세 살 때 바르셀로나는 그를 아르헨티나에서 데려왔다. 그는 천재적인 축구 재능을 지녔지만 성장호르몬 이상으로 키가 더 이상 자라지 않는 상황이었다. 바르셀로나는 치료와 영양 공급에 정성을 기울였고, 메시는 지금의 키(1m69cm)까지 자랄 수 있었다. 그는 “처음에는 너무 힘들어 고향 생각이 많이 났지만 나중에는 이곳이 내 집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훈련장에서 만난 메시는 수퍼스타에게서 뿜어나오는 카리스마를 전혀 느낄 수 없는, 동네 청년 같은 수수한 인상이었다. 그는 조용조용 말을 했고 수줍음을 많이 탔다.

메시는 마라도나 감독이 맡은 아르헨티나 대표팀에서 마라도나의 등번호인 10번을 달게 됐다. 소감을 묻자 메시는 “그는 내게 정말 신과 같은 존재다. 그의 번호를 받은 게 영광스러우면서도 큰 부담이 된다. 그렇지만 경기장에서 그가 해냈던 플레이들을 나도 보여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르셀로나=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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