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의 마법과 범블비 정신이 일 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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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메리케이가 올해 실적 우수자에게 주기 위해 본사 박물관에 전시해 놓은 다이아몬드 범블비 핀을 비롯한 보석.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는 ‘여성은 기업 최고 위치에 오를 수 없다’는 불문율을 깬 기업이 있다. 화장품회사 메리케이다. 창업주는 메리 케이 애시. 미국의 여성 기업인을 대표하는 인물로, 지금도 대부분 미국 대학의 경영학 교과서는 그의 성공기를 다룬다. 이달 중순 이 회사 본사를 찾았다.

◆위기에 빛난 ‘범블비 정신’=메리 케이 애시가 화장품 회사를 설립한 건 1963년. 그의 나이 45세 때였다. 더욱이 화장품에는 문외한이었다. 모두가 비웃었다. 당시만 해도 40대 이혼녀가 창업에 나선다는 건 상상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그는 1년 만에 사무실을 댈러스 중심가로 옮기고, 일을 원하는 수많은 여성으로 하여금 메리케이의 문을 두드리게 했다. 메리케이는 매년 실적 우수자에게 다이아몬드가 박힌 범블비(땅벌) 핀을 준다. 데이비드 홀 최고경영자(CEO)는 “땅벌은 날개보다 몸통이 커 날기 어렵지만 더 많은 날갯짓으로 이를 극복했다”며 “불가능에 도전해 가능으로 바꾸는 게 범블비 정신”이라고 말했다. 메리케이는 요즘도 수많은 실직 여성에게 희망을 준다. 현재 메리케이의 뷰티 컨설턴트는 190만여 명이나 된다.

메리케이는 피부관리·메이크업 부문에서 13년 연속 미국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26억 달러. 전년도에 비해 8% 성장했다. 미국 백화점의 화장품 매출이 3% 감소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현재 35개국에 진출해 있다.

애시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지켜본 손자이자 전략담당 부사장 라이언 로저스는 애시의 리더십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다. “창업 당시만 해도 여성은 기업에서 최고 위치에 오를 수 없었다. 할머니는 그 불문율을 깼다. 그게 메리케이를 성공시킨 성장 동력이 됐다. 메리케이 성공 후 다른 기업도 여성을 발탁하기 시작했다. 특히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긍정적인 자세를 유지했고, 칭찬과 격려를 가장 효과적이고 강력한 동기부여 방법으로 믿었다. 그의 칭찬은 직원 누구에게나 마법 같은 힘을 발휘했다.”

◆“누구에게나 위대함은 있다”=메리케이의 임원 방 명패엔 직함을 쓰지 않는다. 말단 직원부터 회장까지 자연스럽게 서로 이름을 부른다. 식당에서도 회장과 직원이 격의 없이 어울린다. 이 전통은 애시 때부터 지켜져 왔다. 당시 그는 다른 회사에서 판매왕이 됐지만, 자기가 교육시킨 남성이 그를 제치고 보스로 오자 회사를 박차고 나왔다. 남을 밟고 올라서야 성공하는 남성식 기업문화에 염증을 느껴서다. 대신 메리케이엔 서로 인정하고 칭찬하는 기업문화를 정착시켰다.

홀 CEO는 “우리 회사의 가장 소중한 자산은 사람”이라며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위대함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게 메리케이식 경영의 출발점”이라고 설명했다.

댈러스=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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