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취업 성공 프로젝트 이창환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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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환씨가 최근 서울 서초동 KTF 망관리센터를 방문했다. 이씨는 이 같은 네트워크 회사에서 근무하는 게 꿈이라며 활짝 웃었다. 강정현 기자

서류 집중 분석…짜임새는 좋다, 전문용어는 풀어 써라

1 이력서 잘 짜인 이력서다. 심사위원이 한눈에 이창환씨의 능력과 걸어온 길을 파악할 수 있게 기술했다. 그러나 전문용어가 많다. 쉽게 풀어 쓸 필요가 있다. 서미영 인크루트 상무는 “네트워크 기술 관리에 필요한 기본 역량과 자질을 무난하게 어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용순 대한항공 인재개발실장은 “신상정보에 대해 구체적이고 세밀히 작성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형 과정에서 심사관들이 판단할 수 있는 첫 번째 자료를 내놓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대한 자세하고 구체적이어야 한다. 그런데 이씨는 이력서에서 전문가 수준의 자격증을 여러 개 가지고 있음을 잘 피력하면서도 지나치게 약자로만 기술해 놓았다. 김 실장은 “서류심사를 하는 인사담당자들은 대체로 문과 출신인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2 자기소개서 김 실장은 “자기소개서에 네트워크 전문가가 되겠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그런데 그 희망을 ‘지원 동기’ ‘희망 업무’ ‘입사 후 포부’로 제목만 바꿔 반복해 기술해 놓았다. 이러다 보니 전문 자격을 취득했다는 점과 영어 동아리 활동을 했다는 것 외에는 별다른 내용을 찾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취업하려는 분야가 영어권 기반인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런데 이씨는 충분한 영어 실력을 갖고 있음에도 이를 제대로 알리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서 상무는 “졸업한 뒤 입사 지원을 하기까지 공백기간 동안 무엇을 했는지 등을 자기소개서에 넣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늦었지만 확실한 취업관을 가진 사람으로 어필할 수 있기 때문이다.

3 지원동기 어학실력과 전문기술 보유 정도를 적절히 섞어 잘 기술하고 있다. 그러나 아랍어를 기술하는 부분에서 심사위원의 눈길을 확 사로잡는 듯 하다가 이내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아랍어를 1년여간 준비했다고 적었다. 그런데 그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가 없다. “중동 고객을 잡기 위해 아랍어를 준비했다”는 점은 개척정신과 도전정신을 읽을 수 있게 한다. 특히 공대 출신으로서 ‘시장개척’을 위해 아랍어를 준비하고 있다는 점은 눈길을 끈다. 경영자 입장에선 “이 정도의 열정이 있는 사람이라면…”이란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아랍어를 어느 정도 구사할 수 있는지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이것저것 건드려 보는 사람이란 왜곡된 인상을 풍길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아랍어를 잘한다면 그 점을 부각하고, 아니면 도전정신만 표현하는 정도에 그쳐야 한다. “준비하는 인재”라면서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분야를 강조하면 어색해 보이기 때문이다.

4 성격의 장점과 단점 장점은 잘 어필했다. 차분하면서도 사람을 소중히 한다는 인상을 준다. 지원동기에서 기술한 통역 자원봉사 경험과 적절히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장·단점을 쓰면서 단점에 대한 서술이 빠져 있다. 자신의 단점을 솔직하게 드러내지 않는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다. 일부러 단점을 찾으라는 뜻이 아니다. 누구나 단점은 있다. 그것을 드러낼 필요가 있다. 그러나 무턱대고 ‘나의 단점은 이런 것이다’는 식이 되면 안 된다. 그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고, 어떻게 보완해 가는지를 적으면 좋다.

5 보유기술 희망하는 직종이 분명하다는 점을 부각한 것은 강점이다. 그러나 보유한 기술을 좀 더 구체적으로 실무와 연계시키는 내용이 필요하다. 실전 경험이 있다면 더욱 그렇다. 서미영 상무는 “네트워크 관련 지원 희망이라는 언급이 세 군데 이상 반복되고 있다. 문맥과 문장을 간결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예컨대 이씨는 “네트워크 환경을 직접 설정해 보고 다양한 네트워크 환경에서 발생하는 예상치 못한 문제를 트러블 슈팅하는 경험을 했다”고 적었다. 어디서 어떻게 경험했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이런 경우 사례를 들어 주는 것이 좋다. 어떤 돌발상황이 벌어졌고, 이를 어떻게 바로잡았는지 구체적으로 제시하라. 돌발상황이 어떤 피해를 주는지를 곁들이면 더 좋을 것이다. 기업은 단순한 기술적 능력만 보는 것이 아니라 신속하게 대처하는 대응력과 창의성에 더 높은 점수를 준다는 점을 새길 필요가 있다.

6 희망업무 간략하면서도 호소력 있게 작성돼 나무랄 데가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서류전형 평가 이창환씨의 서류는 일단 짜임새가 있어 좋다. 서류에 담을 수 있는 다양한 자원봉사 경력과 전문가 수준의 자격증을 갖췄다. 이씨의 말대로 ‘준비하는 인재’라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이정일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내가 경영자라면 당장 데려다 쓰고 싶다”고 했다. 목표도 명확하고, 준비성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인턴과 같은 취업하고자 하는 직무와 관련된 경험이 없다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됐다. 또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면서 같은 내용을 반복적으로 용어만 달리해 기술하고 있는 점은 옥에 티였다.

면접 집중 분석…답변은 구체적으로, 자신 있게

Q 대한항공에 지원하게 된 동기와 본인의 약점을 얘기해 보시오.

A 대체되지 않는 네트워크 엔지니어가 되기 위해 준비해 왔다. 캐나다 어학연수를 할 때 수하물을 분실했다. 그러나 대한항공 직원이 찾아줬다. 사과문이 담긴 쪽지와 함께였다. 남에게 어떻게 하면 도움이 되는지 생각하는 기회가 됐다. 보다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네트워크를 지원함으로써 고객에게 서비스하고 싶다. 단점은 한 번에 한 가지 일밖에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철저한 자기관리를 통해 번역 자격과 네트워크 전문가 자격을 동시에 취득하며 극복해 가고 있다.

▶ 구체적인 지원 동기라기보다는 본인에 대한 소개에 그치고 있다. 이창환씨는 네트워크 엔지니어로 근무하기를 원한다. 그렇다면 그에 맞는 답을 해야 한다. 이씨의 답은 승무원 면접 때 적합한 답변이다.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노력을 구체적으로 설명한 것은 좋다.

Q 대한항공 직원이 되었다고 가정하자. 친지에게 대한항공을 홍보한다면.

A 이모에게 홍보하는 것으로 가정하겠다. 보통 KTX를 타시는데 대한항공을 이용하면 실시간으로 예약 상황을 체크하고, 리무진으로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갈 수 있다. 비즈니스를 할 때 최적의 교통수단이 될 것이다.

▶ 해당 기업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를 묻는 질문이다. 면접을 보는 취업 준비생은 반드시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대체로 무난한 답변이지만 최근 뉴스를 정확하게 언급한다면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다. 이창환씨의 경우 조용한 말투로 답변한다. 차분하다는 인상을 주면서도 한편으론 소극적인 자세를 가진 것처럼 비칠 수 있다.

Q 회사에 입사한 후 10년 뒤의 모습을 그려보라.

A 고객과 직접 접촉하는 IT컨설턴트가 되어 있을 것이다. 네트워크 엔지니어로서 3년 안에 고객에게 제안할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 이후에는 IT솔루션을 가지고 고객에게 다가갈 것이다.

Q 10년 뒤의 모습이라고 했다. 3~5년 의 플랜만 제시했다. 그 뒤에는 어떻게 돼 있을 것 같은가?

A ···별로 생각을 못해 봤다.

 ▶ 면접을 할 때 면접관은 의도적으로 집요하게 캐묻 듯 질문하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는 당황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순간 대처능력을 보려는 것이다. 갑자기 말문이 막힐 땐 ‘생각할 시간을 주시겠습니까’라는 식으로 답하는 것이 당당해 보인다. 또 명확한 경력 개발 경로를 제시한 점은 좋지만 자기소개서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Q 주로 LG파워콤과 같은 네트워크 전문회사에 지원을 한 것 같다. 그런데 면접까지 가지 못하고 서류전형에서 낙마했다.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A 토익 점수가 낮아서라고 생각한다. 나이도 걸림돌인 것 같다.

Q 영어 통역 자원봉사도 하고, 언어능력이 상당한데. 왜 토익 점수가 문제라고 생각하나.

A 어느 기업의 서류전형에서 떨어진 뒤 그 회사 인사파트에서 근무하던 선배가 얘기해 줬다. 그래서 알게 됐다.

 ▶ 토익 점수를 얘기할 때 주눅이 든 느낌이다. 면접에선 이런 자세를 보이면 안 된다. 면접은 서류전형에서 미처 얘기하지 못한 자신의 장점을 어필할 수 있는 기회다. 따라서 자신감을 가지고 정중하게 진로 결정과 준비 과정, 자격증과 어학능력을 보여주면 된다. 통역을 할 수 있다는 것은 현장에서 통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 점을 공략하라. 또 나이는 약점이 아니다. 취업을 위해 고생한 점을 면접관도 안다. 그 과정에서 실력을 쌓았다면 스펙이 좋은 것이다. 그래서인지 오히려 나이가 좀 있는 취업 준비생의 탈락률이 낮다.

Q 네트워크 관련 자격증을 지난해 몰아서 땄다. 그 이유가 뭔가?

A 반도체를 전공했다. 그러나 네트워크 관리가 내 적성에 맞다는 것을 알게 됐다. 직접 경험하고, 주변의 조언도 들었다. 늦게 시작하다 보니 지난해 자격증 취득이 몰렸다. 하지만 그만큼 몰입했다.

Q 국내 자격보다 국제 자격을 집중적으로 공략한 이유는?

A 해외 자격을 회사가 더 요구하는 것 같아서다.

Q 대학원 간 것도 아닌데 지난해에야 졸업했다.

A 휴학해서 어학연수 자금을 마련하고, 그 돈으로 캐나다에 연수를 갔다. 그 기간이 길어서 졸업도 늦었다.

▶ 각 질문에 대해 구체적인 답변을 기피하는 듯한 인상이다. 면접관은 불법행위가 아닌 이상,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이 있는 지원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또 도저히 밝힐 수 없는 이유가 아니라면 다소 우스워 보이더라도 자신의 경험과 교훈, 느낌 등을 솔직하게 얘기하는 것이 좋다.

실전 면접 평가 이창환씨는 자신이 하고자 하는 직무(네트워크 엔지니어)에 대한 몰입도가 아주 높다. 취업 준비생으로 치면 최상급 스펙을 갖췄다는 인상을 준다. 면접 이전에 이력서에 이런 인상을 심어주지 못해 안타깝다. 인턴과 같은 경험을 쌓으면 현장에서 곧바로 채용될 정도의 실력을 갖췄다. 또 낮은 토익 점수가 이창환씨의 경우엔 약점이 아니다. 통역을 할 정도면 상당한 수준이다. 답변이 간혹 명확하지 못하거나 추상적일 때가 있다. 자신감이 없는 듯한 인상을 줄 때도 있다. 처음엔 목소리가 또렷하다가 면접이 진행될수록 작아지는 것이 대표적이다. 어필을 하는 데 점잖을 필요는 없다.

☞네트워크 엔지니어=네트워크 관련 각종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등 통신을 운영, 관리하고 시스템을 설계·설치한다. 주로 통신 장비 및 회선의 디자인, 작동, 모니터링, 장애 처리 등을 한다.

총평…탄탄한 영어 소통능력 확실하게 드러내길

원하는 직종에 대한 준비가 탄탄하다. 따라서 다른 직종을 기웃거리기보다 현재 하고자 하는 네트워크 엔지니어 쪽으로 계속 정진하는 것이 좋다. 대한항공 김용순(상무) 인재개발실장은 “당황하지 말고 당당하라”고 주문했다. 면접관들은 지원자에게 말꼬리를 물듯이 연속해 질문하며 압박을 한다. 지원자의 대응자세를 보려는 것이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했던 대답을 계속 반복하는 것은 금물이다. 답변은 달라도 요지는 같아야 한다. 삼성경제연구소 이정일 수석연수원은 “네트워크 전문가라는 포부를 명확히 설정하고 구체적인 노력을 한 점은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초반에는 씩씩하고 힘찬 모습을 보이다 중반 이후부터는 조금씩 힘이 빠지고 무거운 분위기를 연출했다”고 지적했다. 인크루트 서미영 인사총괄상무는 “면접을 통해 영어 소통능력이 상당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그러나 면접에 가기 전 단계인 서류전형에선 영어 실력을 충분히 표현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토익점수에만 연연하지 말고 영어 실력을 인사담당자가 한눈에 알 수 있게 어필하도록 수정하라는 주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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