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주룽지총리 첫 기자회견]국유기업 살빼기로 "3년내흑자" 자신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신임총리 주룽지 (朱鎔基) 의 첫 기자회견엔 자신감과 유머가 번득였다.

제9기 전국인민대표대회 (全人大) 폐막일인 19일 인민대회당 3층에서 개최된 취임후의 첫 기자회견에서 거침없이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았다.

"무엇이든 물어보라. 뭐든지 대답하겠다" 고 말문을 연 그는 특히 타임지의 표지에 실린 자신의 얼굴이 뉴스위크지에 실린 얼굴보다 훨씬 잘 생기게 나왔다며 원래 미남이 아닌지라 뉴스위크를 탓하지 않는다고 말해 장내를 폭소의 도가니로 몰아넣기도 했다.

다음은 여유와 자신감, 비장함 등이 어우러진 그의 첫 기자회견중 주요 내용.

- 지린 (吉林) 성 등 일부 지역은 직접 촌장선거를 하고 있다.

언제쯤 국민이 지도자를 직접 뽑는 선거가 실시될 것으로 보는가.

"민주선거방식에 당연히 찬성한다.

그러나 정부기구의 민주선거는 정치체제의 개혁과 관련된 문제다.

이는 마땅히 법에 의거한 절차에 따라 진행돼야 한다.

그 시점이 언제가 될 것인지 예측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 중국은 향후 5년이 중요하다.

긴급히 해결해야 할 도전은 어떤 것들인가.

"1개항의 보장, 3개항의 실현, 5개항의 개혁으로 요약할 수 있다.

1개항의 보장이란 동남아의 통화위기속에 중국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8%로, 통화팽창률을 3%로 유지하면서 절대로 위안 (元) 화의 평가절하가 없다는 것을 보장하는 것을 말한다. 3개항의 실현은 국유기업과 금융체제, 정부기구의 개혁을 앞으로 3년이내에 기필코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기구개혁은 중앙의 각 부처를 40개에서 29개로 축소하고 공무원의 절반을 정리하는 것 외에 지방정부도 개혁함을 말한다.

5개항의 개혁은 양식유통체제.투자금융체제.주택문제.의료제도.세수 (稅收) 제도 등의 잘못을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개혁의 걸림돌은 돈이 없다는 것이다."

- 동남아의 금융위기 속에 국유기업의 개혁이 성공할 것으로 보는가.

"외국언론들은 중국의 국유기업 문제를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보는 것 같다.

7만9천여개의 국유기업에는 노동자가 십수명에 불과한 기업도 많다.

중요한 것은 5백개의 특대형 국유기업들이다.

이들중 적자를 보며 고전하는 곳은 10% 정도에 불과하다.

나는 3년내에 이들 국유기업을 흑자로 돌려놓을 자신이 충분히 있다."

- 문혁 (文革) 기간엔 무엇을 했으며 현재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문혁기간에 많은 것을 배웠다.

당시 기억이 불행한 것들이라 말하고 싶지 않다."

- 홍콩경제가 어렵다면 도와줄 용의가 있는가.

"홍콩특구정부가 도움을 요청하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도울 것이다.

나를 '중국의 고르바초프' 니 '중국경제의 황태자' 로 부르는 말에 기쁘지 않다.

나는 중국인민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뿐이다.

그러나 나의 앞에 지뢰밭이 놓였건, 천길 나락이 놓였건 중국인민들과 개혁을 위해 죽는 날까지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베이징 = 유상철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