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현장 이 문제] 백사장 유실 놓고 민·관 마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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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경포.강문 등 인근 해수욕장은 지난 10일 개장하면서 대목을 만났는 데 우리 해수욕장은 백사장 대부분이 유실돼 올해도 문을 못 열고 있으니 여름을 어떻게 버텨 나가야 할 지 고민이네요."

12일 오전 강릉시 성덕동 남항진 횟집촌. 6년째 이곳에서 영업중인 심재관(40) 씨는 모래 대신 돌망태가 쌓여 있는 횟집 앞 백사장을 바라보며 한숨만 내 쉬었다.

심 씨는 "이 지역 횟집 10여곳이 여름철에 해수욕장을 개장 못해 피서객들의 발길이 끊기는 바람에 매출액이 50% 이상 줄어 단골 손님만으로 그럭저럭 연명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강원도 동해안 주요 해수욕장인 남항진 지역 주민들이 "마을 앞 해안 침식 현상으로 백사장이 파도에 유실되면서 3년째 해수욕장을 개장하지 못 해 생계에 큰 타격을 입고 있다"며 당국에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남항진 마을은 마을 앞에 예부터 길이 500여m, 너비 40~50m의 백사장이 있어 매년 여름철이면 해수욕장을 개장, 주민들의 주 소득원이 돼 왔다. 실제로 이 마을 90여 가구 중 80여 가구 주민들은 관광객을 주 고객으로 하는 횟집이나 식당 등을, 나머지 10여 가구는 고기잡이를 생업으로 삼아 왔다.

그러나 지난 1997년 인근 안목항에서 방파제와 방사제 등을 확장하는 공사가 시작됐다. 이어 2001년부터는 해안이 가라 앉는 현상이 서서히 발생, 현재 일부 구간의 백사장 너비가 10m도 채 안 된다. 이에 따라 주민들은 올해까지 3년 째 해수욕장을 열지 못하고 있다.

주민들은 그 동안 강릉시 등 관계 당국에 백사장 유실을 방지하기 위한 근본 대책을 마련해 주도록 여러 차례 요구했다. 그러나 강릉시 등은 예산 부족으로 지난해 280여m 구간에 암석을 쌓는 응급 복구를 하는 데 그쳤다.

주민들은 해안 침식의 근본 원인을 파악해 이른 시일 내에 해결해 주고, 그 동안 입은 피해에 대해서도 보상을 해 줄 것을 요구하는 내용의 진정서를 13일 청와대와 해양수산부.강원도 등 관계 당국에 제출키로 했다.

고기잡이를 주업으로 하는 이 마을 10여 가구 어민들도 "안목장 방파제 확장 공사로 인해 4~5년 전부터 모래가 쌓여 어항으로 사용하고 있는 남대천 하구의 수심이 50㎝ 이하로 낮아 지면서 남대천항의 조업을 하지 못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사업 시행청인 동해지방 해양수산청을 상대로 피해 보상 청구 소송을 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국무총리실 국민고충처리위원회가 최근 "지난 90년 안목항이 국가 어항으로 지정될 당시 개발에 따른 제반 문제를 강원도와 강릉시가 책임지기로 해 동해지방해양수산청이 보상 주체가 될 수 없다"고 밝혀 피해 보상을 둘러싼 마찰이 우려된다.

홍창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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