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신문에 밴 진한 가족사랑…레이아웃뱅크 무료제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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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이 어려운 시기에 줄어든 월급으로 알뜰하게 살아가는 당신과 씩씩하게 커가는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행복감이 밀려든다오. "

액자용 기념신문제작업체인 레이아웃뱅크가 IMF한파 속에서도 훈훈한 가족애를 느낄 수 있는 가족신문을 무료로 만들어 주겠다는 글을 PC통신에 올리자 전국 각지에서 제작을 의뢰하며 보낸 사연 가운데 하나다.

이 회사가 지난달 말 PC통신에 '3월 25일까지 가족신문 무료제작 행사' 소식을 띄운 이후 하루 20여통의 문의전화와 함께 '가족 사랑' 을 담은 제작의뢰 편지도 50여통이나 도착했다.

실직한 아들에게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아버지의 충고를 비롯해 어려운 가운데서도 열심히 일하는 부모님께 전하는 딸의 감사함까지 IMF한파를 녹이려는 가족들의 사랑이 편지마다 진하게 배어 있었다.

"성공한 사람은 한번도 실패하지 않은 사람이 아니라 넘어질 때마다 오뚝이처럼 일어난 사람이다.

지금 실패했다고 너무 실망하지 마라. " 50대 가장이 아들에게 주는 충고다.

경제적인 문제로 딸을 학원에 보내지 못한 것을 가슴아파하는 한 어머니의 사연도 눈길을 끈다.

경북 포항의 김혜주 (金惠珠.37) 씨는 편지에서 "우리 딸이 5학년 때는 학원에 다녔는데 지금은 안다녀서 엄마가 불안하다" 며 "그렇지만 열심히 잘 해줄것으로 믿는다" 고 적고 있다.

고3 수험생인 한혜선 (韓惠善.서울 송파구 잠실동) 양은 가족신문을 통해 처음으로 부모님께 감사한다고 '고백' .

"아침 일찍 일어나셔서 고생하시는 엄마, 밤늦게까지 일하시는 아빠! 고맙습니다. 글로 쓰면 스스럼 없이 나오는 이 말을 왜 앞에서는 진작 하지 못했을까요. " 결혼한지 20여년이 넘었다는 한 중년 가장은 "지금까지 사랑한다고 말은 하면서도 실제 행동으로 보여준 적이 없어 미안하게 생각한다" 면서 "앞으로 사소한 말이라도 사랑을 담아 표현하겠다" 고 쓰기도 했다.

레이아웃뱅크 이명구 (李明求.31) 대표는 "편지마다 어려운 시대를 가족이 힘을 합쳐 슬기롭게 극복하려는 의지가 배어있다" 면서 "이 가족신문이 어려움을 이겨나가는 작은 힘의 원천 되기를 바란다" 고 말했다.

이씨는 이러한 편지를 바탕으로 타블로이드판 크기의 1페이지짜리 신문 15부를 만들어 각 가정에 무료로 우송해 줄 계획이다. (02 - 233 - 2102) .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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