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도시 창원' 뒤엔 시립합창단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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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2000년에 개관한 경남 창원 성산아트홀은 국내 공연장 중 음향과 무대시설은 물론 입지조건이 좋기로 소문이 나있다. 시청 옆에 자리잡아 접근성이 뛰어나고 호수와 공원녹지로 둘러싸여 쾌적한 휴식 공간으로도 손색이 없다. 김해국제공항에서 자동차로 40분 걸리는 이곳은 국내외 연주자들이 선호하는 공연장 중 하나다. 창원시의 인구는 51만명, 평균연령은 30세. 지난해 연간 50만명이 성산아트홀 공연을 관람했으니 시민 1명이 연간 평균 1회씩 공연장을 다녀간 셈이다.

성산아트홀 로비와 복도에는 초등학생들이 그린 그림이 상설 전시돼 있다. 자기가 그린 그림이 걸려 있는 공연장을 자주 찾고 싶을 게 분명하다. 또 성인들을 위한 수요문화대학, 문화체험교실 등으로 문화 향수층을 넓혀가고 있다.

최근 창원이 문화도시로 탈바꿈한 데에는 창원시립합창단(지휘 안승태)의 역할의 매우 컸다. 연간 4회의 정기연주회를 비롯, 모두 25회의 크고 작은 공연을 펼치고 있다. 지난 7일 성산아트홀에서 열린 정기연주회에서도 자녀를 동반한 젊은 부부 관객들이 1710석을 가득 메웠다. 무반주 합창까지 곁들인 세 개의 창작곡에다 브람스의 '집시의 노래', 칼 오르프의'카르미나 부라나'등 다소 묵직한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정공법을 택했지만 객석 분위기는 차분하고 진지했다.

김명표.구자만 등 국내 작곡가에게 작곡.편곡을 의뢰해 초연하는 '경남.창원 음악 만들기'시리즈의 첫 무대. '카르미나 부라나'에선 두 대의 피아노와 타악기 반주로 절제된 표현과 정갈한 음색을 들려줬고 '인성(人聲)과 타악기의 어울림'이라는 부제에 맞게 타악기 앙상블 '바차나스'가 미키 미노루의 '마림바 스피리추얼'을 들려줘 시원한 음색의 향연을 펼쳤다.

무반주 합창과 현대음악 해석에 정평이 나 있는 새 상임지휘자의 개성이 서서히 빛을 발하면서 치밀한 호흡과 앙상블을 만들어냈다.

창원=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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