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엄사·안락사 뭐가 다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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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계는 일반적으로 존엄사를 ‘회복될 가능성이 없는 말기 환자가 의학적으로 무의미한 치료, 즉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무의미한 치료는 오히려 인간의 존엄성을 해친다는 의미에서다. 이번 판결도 헌법이 보장하는‘인간의 존엄과 가치’가 근거가 됐다.

존엄사는 안락사와 구분되는 개념이다. 일부 종교계에서는 여전히 존엄사를 안락사의 일부로 본다. 의사가 직접 나서 환자에게 독극물 등을 투여하는 ‘적극적 안락사’는 아니지만 치료를 중단해 결국 죽음에 이르게 했으므로 ‘소극적 안락사’라는 주장이다. 존엄사의 윤리적 정당성에 대한 논란이 계속된 것도 이 때문이다.

국립암센터 윤영호 기획조정실장은 “▶환자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거나 ▶회복되지 못해도 생명 연장이 가능하다면 소생 가능성이 있는 것”이라며 “소생 가능성과 무관하게 영양 공급이나 약물 투여를 중단하는 소극적 안락사와 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존엄사는 명백히 다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판결을 존엄사로 볼 것인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다. 환자인 김모씨가 이미 15개월 이상 생명이 연장되고 있어 ‘말기 환자’로 볼지에 대해 논란이 있다. 현재 국내에는 김씨처럼 의학적으로 회복이 불가능한 식물인간(PVS) 상태인 환자가 3000여 명 있다. 2004년 미국에서 안락사 논란 끝에 치료를 중단한 뒤 사망한 ‘테리 시아보’도 정도에 차이는 있지만 의학적으로 김씨와 같은 PVS 환자였다.

윤 실장은 “시아보는 생명 연장이 가능했으므로 명백한 소극적 안락사였다”며 “김씨도 얼마 전 서울대병원이 존엄사를 공식화한 말기암환자와는 다르기 때문에 논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존엄사’나 ‘안락사’ 모두 법적인 용어가 아니기 때문에 용어의 정리가 필요하다. 분당 서울대병원 이경권(법무전담) 교수는 “헌법상 ‘인간의 존엄’은 포괄적인 권리로 존엄사를 구체화하기는 힘들다”며 “용어보다는 환자 개개인의 상태에 대한 전문의의 판단과 법적 절차를 근거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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