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 전교조만 교원 평가 반대, 이기주의 아닌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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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28일 창립 20주년을 맞는다. 전교조가 1989년 창립 때 내건 ‘참교육’은 각광을 받았다. 하지만 99년 노조 합법화 이후 조직이 커지고 이념 투쟁에 나서면서 초심이 약해졌다는 지적도 있다. 20일 서울 영등포 전교조 사무실에서 정진후(52·사진) 위원장을 만나 전교조의 교육 방향을 들어봤다.(※는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설명)

만난 사람=양영유 교육데스크

-학부모들은 교사도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주문한다. 전교조가 교원평가에 반대하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이기주의 아닌가.

“교사들도 매일 평가를 받는다. 수업마다 학생들로부터 평가를 받고 학부모들은 시험 문제 하나만 잘못돼도 바로 항의한다. 1년에 한 번 근무 평정도 받는다. 두 가지 불합리한 평가가 있는 상황에서 또 평가를 받으라는 것은 너무한 것 아닌가.” (※정부는 내년 3월 교원평가제 시행을 밝혔다.)

-그래서 제대로 된 평가를 하자는 게 아닌가.

“교장·교감에 의해서만 평가받고 승진하는 현 체제에선 어떠한 제도도 힘을 발휘할 수 없다. 교원 인사와 연계한 평가 역시 절대 안 된다. 다만 교원의 전문성을 살리도록 승진제도를 개혁한다는 전제가 있으면 논의가 가능하다 .”

-잘 가르치는 교사를 우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올해 성과급도 똑같이 나눠 갖고 있다.

“교육은 단기간에 성과가 나지 않는다. 1년 동안의 교육활동을 일률적으로 평가해 액수에 차등을 두는 것은 문제다. 급여 체계가 잘못됐다.”(※전교조는 매년 성과급 균등 배분 투쟁을 한다.)

- 발전을 위한 선의의 경쟁은 필요하다.

“경쟁이 너무 많은 게 탈 아닌가. 교사도 힘들다. 주 5일 근무제가 도입됐지만 격주로만 쉬고, 방학 때도 연수 등 바쁜 일정이 많다. 교사가 좋은 직업이라는 건 옛날 얘기다.”

-1등과 꼴찌가 똑같이 배우는 게 이치에 맞나.

“성적으로 반을 나누면 서열화밖에 안 된다. 학력 격차는 한 교실 내 개별 학습 지도를 통해 해소할 수 있다. 교원 수를 늘려 학급당 학생 수를 25명 이하로 줄여야 한다.”

-교원 수 늘리는 게 근본 대안은 아닌 것 같다.

“수많은 대안을 제시했다. 반대 자체가 대안인 경우도 있다. 전교조가 빨갱이 아니냐는 시각은 말도 안 된다. 모든 아이에게 질 높은 교육을 하자는 것에 붉은 색깔을 칠하는 게 맞는 논리인가 .”

- 지금은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

“특목고나 국제중, 자율형 사립고에 투자할 예산을 교사 확충과 교육여건 개선에 투입해야 한다. 소수를 위해 다수가 희생하는 교육정책에 반대하는 것이다. 상향 평준화를 하자는 얘기다.”

-회원 자녀들은 학원과 특목고에 안 다니나.

“나는 소신에 따라 두 아이에게 사교육을 시키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많은 아픔을 겪었다. 학원에 보내거나 외국어고에 진학시키는 회원 교사도 있겠지만 다들 마찬가지 처지일 것이다.”

-전교조 교사 명단·숫자를 밝힐 의향이 있나.

“학부모들은 국회의원 자녀나 기업 회장 자녀가 있는지도 궁금해한다. 공개하려면 같이 해야 한다. ”

-내년 전국 교육감 선거에 개입할 방침인가.

“경쟁지상주의의 폐해를 알리겠다. 국민이 올바른 선택을 하게끔 돕겠다는 것이다. 전국 조직을 활용하겠다.”(※헌법에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이, 공직선거법에는 공무원의 선거운동 금지가 명문화돼 있다.)

정리=이종찬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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