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뒷산서 멧돼지 포획 소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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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11일 오전 청와대 뒤편 북악산 기슭에 멧돼지가 출현해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다.

종로소방서에 청와대 부근에 멧돼지가 나타났다는 신고가 접수된 것은 이날 오전 3시쯤. 소방서는 119구조대원.경찰.동물구조안전협회 관계자 등 90여명을 동원해 포획에 나섰고 12시간 만에 멧돼지 한마리를 붙잡았다.


11일 오전 청와대 부근인 서울 종로구 청운중학교 뒷산에 멧돼지가 출현해 경찰과 119구조대원에 쫓기다 붙잡혔으나 잡히자마자 숨졌다. (1)멧돼지는 오후 2시45분쯤 산에서 내려와 추격을 피해 달아나다가 (2)그물에 포획되었으나 (3)결국 숨졌다. [서울신문.종로소방서 제공]

종로소방서는 "오후 2시45분 청와대에서 1㎞가량 떨어진 종로구 청운동 청운중학교 부근에서 마취총탄 네발을 발사한 뒤 그물을 던져 멧돼지를 포획했으나 바로 숨졌다"고 밝혔다. 멧돼지는 그물에 붙잡히기 전 다섯발의 마취총탄을 이미 맞은 상태였다.

부검을 담당한 서울대공원 한인규 진료과장은 "마취제가 정상치의 3~4배 정도 과다투여된 데다, 전신을 몽둥이로 맞는 등 심한 충격을 받아 쇼크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숨진 멧돼지는 길이 1m, 몸무게 70㎏으로 1년6개월 정도 자란 수컷으로 해부 결과 위장에서 배합사료가 발견돼 농가에서 사육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경기도 북부 지역의 농가에서 탈출한 멧돼지가 북한산 자락을 타고 청와대 부근까지 내려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편 멧돼지 포획 과정에서 지나치게 많은 마취총을 쏘고, 몽둥이로 마구잡이로 때린 데 대해 '동물학대'가 아니냐는 지적이 동물보호단체와 일부 시민들에게서 나오기도 했다. TV 뉴스에서 포획장면을 본 진기욱(28.서울 성북구 성북동)씨는 "멧돼지 한 마리를 잡는데 마취총을 9발이나 쏜 것은 너무 잔인하다"며 "멧돼지가 시내가 아닌 교외에서 나타났다면 목숨을 건질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아이디 'purityah'인 한 네티즌은 "시민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많은 사람이 동원된 점은 이해한다"면서도 "마취총탄을 맞은 멧돼지에게 몸둥이를 휘두르는 모습은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국야생동물보호협회 임덕기(64)중앙지회장은 "보통 마취총을 쏜 후엔 일정시간이 지나야 약기운이 돌게 마련"이라며 "마취총을 9발이나 쏘면서 멧돼지를 쫓기 보다는 약기운이 돌기까지 기다렸다면 멧돼지가 죽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손해용.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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