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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 알려진 그래서 더 설레는 발레리나 셋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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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발레에도 색깔이 있다. 다음달 초 갈라 공연 형식으로 펼쳐지는 ‘세계 발레스타 페스티벌’은 발레의 다양한 색조를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는 맞춤한 기회다. 6회째를 맞은 올해, 세계 정상급 무용수들이 펼치는 경연은 최근 급변하는 세계 발레계 흐름을 한 눈에 알 수 있어 발레팬들에게 좋은 기회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올 무대에서는 국내엔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자신만의 무기로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3명의 발레리나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휘트니 젠슨=청순녀

1992년 미국에서 태어났다. 키가 크고 목이 길며 얼굴은 작다. 게다가 금발이다. 현재 서양 발레계에서도 정상급 금발 발레리나는 드물다. 그에게 쏟아지는 관심은 어쩌면 서양인들의 로망과 무관하지 않다.

실력 또한 탁월하다. 그는 강인하면서도 섬세함을 두루 갖췄다. 2007년엔 ‘보스턴 발레단’ 레예스와 함께 춘 ‘파라오의 딸’ 호연으로 아마추어 무용수로는 드물게 미국 댄스 매거진에 특집 기사가 나기까지 했다. 무엇보다 지난해엔 4대 콩쿠르 중 하나인 ‘바르나 콩쿠르’에서 그랑프리를 차지했다. 16세로 역대 최연소이자 미국인으론 처음이다. 아직도 전설적인 무용수로 이름을 남기고 있는 블라디미르 바실리예프, 실비 길렘 등이 바르나 콩쿠르 그랑프리로 세계 무용계에 처음 입문했다. 젠슨에게 기대치가 높을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비엔세이 발데즈=탄력녀

76년 쿠바 태생이다. 30대인 지금도 남미 특유의 탄력을 100% 간직하고 있다. 그가 무대에 서면 토슈즈 소리가 거의 나지 않는다. 그만큼 도약이 힘있고 착지가 부드러우며 발놀림이 민첩하다는 증거다. 앙트르샤(뛰어오른 공중에서 발을 3,4회 교차하는 기교)와 같은 테크닉을 할때도 발데즈는 소리 없이 강하다.

균형미 역시 독보적이다. 발레엔 ‘아라베스크’란 게 있다. 한발은 땅에 디딘 채 다른 한발은 뒤쪽으로 90도 가량 들고, 고개를 뒤로 젖힌 상태에서 양팔 역시 뒤로 보내는 고난도 동작이다. 자세 자체를 취하기 어렵고, 몇초라도 정지하고 있으면 대단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걸 발데즈는 15초나 한다. “정상적인 움직임과 동떨어진 자세이기에 근육과 뼈에 무리를 주기 쉽다. 행여 다른 무용수들이 따라할까 걱정이다”란 소리까지 들을 정도다.

◆폴리나 세미오노바=새침녀

84년생으로 러시아에서 태어났다. 볼쇼이 발레학교를 거쳐 18세때 해외 유명 안무가의 눈에 띄어 독일 베를린 슈타츠발레단에 스카우트됐다. 그는 우선 외모가 눈길을 끈다. 고급스러움을 물씬 풍긴다. 이른바 ‘신상’을 입히면 “딱 떨어진다”는 말을 자주 듣곤 했고, 그 덕에 일본 발레 웨어의 광고 모델로도 여러번 나섰다.

발레 역시 새침하고 수줍은 듯한 ‘백조’를 연기하기에 제격이라는 소리를 듣고 있다. 무엇보다 그는 남자 무용수들로부터 인기가 높다. 이탈리아 ‘라 스칼라 발레단’의 로베르토 볼레, ‘파리 오페라 발레단’의 마니외 가니오,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의 호세 카레뇨 등 세계 정상급 발레리노들이 그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튀지 않으면서도 우아함을 유지하는 세미오노바의 스타일이 남자들을 더 돋보이게 한다는 평가다.

도움말 주신 분=한정호 무용 칼럼니스트

◆세계 발레스타 페스티벌=6월4·5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3만∼20만원, 02-751-9630.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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