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팅 강소기업 ③ ] “방송 프로 유·무료 구분 국산 보안기술 첫 상용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5면

“방송 프로그램 보안기술인 수신제한시스템(CAS)을 휴대전화 단말기에 적용해 보고 싶어 전자업체 대기업 임원 집앞에 매일 상주하다시피 한 적도 있지요.”

서울 상암디지털단지에 있는 보안업체 디지캡의 이도희(43·사진) 사장은 “기술을 개발하고도 ‘상용화 경험’이 없다는 이유로 제품 판매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회사는 CAS와 디지털저작권(DRM) 솔루션을 국산화한 기업이다. CAS는 방송 사업자가 시청자별로 수신 권한을 제한할 수 있는 장치로, 유료 방송 서비스의 필수 장비다.

CAS 기술은 돈을 낸 유료 시청자와 무료 시청자를 구별하게 한다. 케이블TV나 위성DMB 채널을 돌리다 보면 ‘지지직’ 소리가 나면서 보이지 않는 화면이 있다. 이런 화면은 유료 시청자만 볼 수 있도록 CAS 기술이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 시장 규모는 케이블TV를 중심으로 5500억~6000억원 정도 된다. 업계는 인터넷TV의 활성화로 내년에는 시장 규모가 8000억원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디지캡의 CAS 기술은 지난해부터 방송을 한 SK브로드밴드의 인터넷TV에 상용화된 데 이어 연초 케이블TV인 강원방송의 시범 서비스에도 채택됐다.

이 사장은 “인터넷TV에 이어 케이블TV에도 CAS 기술을 서비스함에 따라 국내 방송 보안기술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디지캡의 기술은 대규모 가입자도 관리할 수 있다”며 “강원방송에 적용된 기술이 성공적으로 정착해 다른 케이블 업체로 퍼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국내 방송 시장이 국산 CAS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도 디지캡 때문이라고 이 사장은 설명했다. 이 회사는 2006년 위성DMB 방송사인 TU미디어의 외국산 보안장비를 대체하는 CAS 기술을 만들었다. 이때까지 국내 방송사는 보안 솔루션을 전량 외국 제품에 의존했다. 이 같은 성과로 이 회사의 모바일 수신제한시스템(MCAS) 등은 2년 전 국내 ‘40대 핵심 기술’로 선정됐다. 이 기술을 믿고 일본계 펀드인 자프코아시아는 디지캡에 30억원을 투자했다. 이 회사는 60명의 직원 중 80%가 연구개발 인력이다. 지난해 매출액은 82억원이다. 이 회사는 이 사장과 신용태(46) 사장의 각자 대표 체제다. 제일제당·드림라인 등에서 마케팅을 했던 이 사장은 경영을, 숭실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를 겸하고 있는 신 사장은 기술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이봉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