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라 공부] 공부냐 연예계냐, 갈림길의 우현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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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시대, 원더걸스, 빅뱅…. 학생뿐 아니라 어른들 사이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아이돌 그룹이다. 인기 탓일까. 유치원에 다니는 조카나 대입 준비 중인 이웃집 고3 여학생도 연예인이 되고 싶어한다. 연예인을 꿈꾸는 아이들이 100명이면 그중 몇 명이나 꿈을 이룰 수 있을까. YG엔터테인먼트 양현석 대표는 “막연한 동경만 가지고 스타덤에 문을 두드린다면 도태되거나 실패할 확률이 99%”라고 말할 정도다. 동경과 꿈 이외에 무엇이 더 필요할까.

하고싶은 것? 아니면 해야하는 것? 어느 것을 골라야 할지 아이들은 고민스럽다. [황정옥 기자]

한우현(서울 방배중 1)군은 개그맨이 되는 게 꿈이다. 그는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유재석 아저씨처럼 말 잘하고 재밌는 개그맨이 되고 싶었다”며 “TV 프로그램을 보며 가끔 따라 해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강예림(서울 경희여중 3)양의 꿈은 모델이다. “무대 위의 아름다운 모델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콩닥콩닥 뛴다”고 고백했다.

지난 한 주는 서울시교육청이 정한 진로체험 주간이었다. 열려라공부팀은 퓨처북(www.futurebook.com)의 도움을 받아 연예인을 꿈꾸는 학생들이 정말 ‘끼’가 있는지 AP(Aptitude Path) 진단검사를 실시했다. 이 검사는 진로발달·성격유형 검사로 구성돼 종합 진로유형과 가장 적합한 직업 등을 제시한다. 중학교 1~3학년 23명이 검사에 지원했다.

연예인이 되기를 원하는 23명 가운데 19명(82.6%)은 연예인이 되는 데 필수적인 예술형과 사회형의 소양을 갖추고 있었다. 동일한 검사를 일반 중학생들에게 실시했을 때 예술·사회형은 13% 정도가 나온다. 일반 학생에 비해 비율이 크게 높은 것이다. 한군의 검사 결과는 예술형 80점, 사회형 82점, 강양은 사회형 81점, 예술형 49점이었다.

그렇다면 두 학생은 연예인으로 진로를 잡는 게 좋을까. 퓨처북 R&D센터 김영숙 수석연구원은 “일반적으로 청소년은 감수성과 상상력이 풍부하고 예술에 관심이 많아 예술형과 사회형이 높게 나오는 경향이 있다”며 “소양이 높게 나왔어도 실제 현실에서 연예인이 되기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통상 연예인이 되려면 우선 기획사가 실시하는 오디션을 통과해야 한다. 오디션은 1단계다. 박진영이 프로듀서로 있는 연예기획사 JYP엔터테인먼트의 경우 공개 오디션(매주 첫째, 셋째 일요일)을 보는 연예인 지망생이 연간 1만 명. JYP 측이 보유한 연습생 수가 30여 명이므로 이 안에 낄 확률은 0.03%라고 할 수 있다. 오디션을 통과했다고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기획사 연습생으로 고된 생활을 거쳐야 한다. 가수가 되려면 하루 종일 춤과 노래 연습을 반복해야 한다. 이 생활이 1년이 될지 2년이 될지는 알 수 없다. 심한 경우 기획사 연습생 생활만 6년 이상 하는 경우도 있다.

이에 비해 공부로 성공할 확률, 최소한 상위권 대학에 들어갈 확률은 어느 정도될까. 손주은 메가스터디 대표는 공부 개조 프로젝트 주최 ‘공부 혁명 이렇게 하라’ 강연회(www.jedi.re.kr에서 동영상 시청 가능)에서 “공부를 못하는 아이가 잘하는 학생을 따라잡거나 확 뒤집을 공부 혁명의 확률은 고1은 10% 이내며 고2 땐 5%, 고3 6월 평가원 모의고사 이후엔 1% 이하”라고 말했다.

단순 비교로 볼 때 연예인이 되기 위한 1단계를 통과하는 것보다 공부 못하는 아이가 공부 혁명을 일으킬 확률이 높은 셈이다. 그렇다면 두 학생은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할까. 성공 확률은 낮지만 가고 싶은 길을 갈 것인가, 아니면 공부에 집중해 조금이라도 안정된 길을 갈 것인가. 선택은 자유의지에 따른다.

박정현 기자, 사진=황정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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