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익는 마을]21.김포군 양촌면 문배주…돌배향기 머금은 망향의 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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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실향의 아픔을 간직한채 나라의 큰 행사에 등장하는 국주 (國酒)가 있다.

지난달 25일 대통령의 취임축하 리셉션이 열렸던 세종문화회관 세종홀. 이 연회장에서 '문배주' 로 불리는 한국화주 (火酒)가 1천여 축하객들의 술잔에 담겨졌다.

경기도김포군. 재개발과 신축을 위해 여러 곳의 땅이 파헤쳐져 있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내달 시승격을 앞둔 탓일까. 한편에선 봄을 맞아 농민들이 논두렁에 불을 놓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띤다.

한 야산에 오르니 아직도 겨울잠에서 못깬 나무들과 빛바랜 억새, 갈대들이 나그네를 반긴다.

바로 양촌면 마산리 1번지다.

2백70여 주민중 70%가 농업에 종사하는 마산1리에서 가장 큰 건물이 '문배주' 술도가다.

지상 3층의 건물에서 나오는 은은한 주향이 애주가의 발걸음을 멈추게한다.

"문배주는 평양의 대동강변에서 메조와 찰수수로 담근 술로 주향이 문배 (돌배) 의 향기와 비슷하다고 해서 이같은 명칭이 생겼죠. " 문배주를 빚는 이기춘 (55) 씨는 문배주의 내력을 이렇게 설명한다.

이씨는 86년 무형문화재로 지정돼 93년 세상을 등진 이경찬옹의 장남으로 4대째 문배주를 빚고있다.

"문배주의 독특한 맛을 내려면 대동강의 석회암층에서 나오는 강물이 필요합니다.

한동안 단양등 여러 곳을 찾아봤지만 적당한 장소가 없었어요. 지금은 물의 성질을 바꾸는 정수기를 사용해 맛을 내고 있습니다."

이씨는 마산1리에 터를 잡기 전까지의 과정이 수월치 않았다고 말한다.

마산1리는 한강과 불과 2㎞거리. 수량이 풍부하고 서울보다는 문배주의 고향과 가까운 곳이기에 지난 95년 이 곳에 뿌리를 내렸단다.

문배주는 첫잔부터 돌배의 향기가 진하게 나 거부감은 없지만 목젖을 타고 내려갈 때쯤이면 '과연 알콜도수 40도의 독한 술이로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또 술도가 곳곳을 둘러봐도 메조와 찰수수만 보일뿐 정작 돌배는 없어 곡식의 교묘한 화학작용이 독특한 주향을 만들어 낸다는 것을 실감할수 있다.

실향의 아픔이 녹아 있는 문배주. 문배주를 입안에 머금고 북녁하늘을 바라보면 대동강변의 풍류객들이 연상된다.

송명석 기자

〈문배주는…국빈 접대때 단골로 등장〉

▶특징 = 첫잔부터 진한 주향이 풍겨나와 거부감이 없다.

당초 알콜도수 40도 한가지였으나 이달부터 알콜도수 25도의 신제품이 생산될 예정이다.

▶양조방법 = 종전에는 통밀을 빻아 누룩을 만들었으나 지금은 쌀을 재료로 한 백국 (白麴) 을 사용한다.

밑술을 만들고 2차에 걸쳐 덧술을 앉힌다음 증류시키면 문배주가 빚어진다.

▶가격 = 4백㎖ (1만5천원)~7백㎖ (2만7천원) . ▶문의 = 김포군 양촌면 마산리 문배술양조원 (0341 - 989 - 9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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