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오늘개막…떠오르는 인물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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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21세기 중국 역사를 좌우할 제9기 전국인민대표대회 (全人大.국회) 제1차 회의가 5일 막을 올린다.

2003년까지 5년간 12억 인구를 이끌 인물들에 대한 관심은 과거 어느 때보다 지대하다.

이번 회의에서는 리펑 (李鵬) 국무원 총리와 차오스 (喬石) 전인대 상무위원장, 주룽지 (朱鎔基) 부총리 등 최고지도층에 대한 자리바꿈이 덩샤오핑 (鄧小平) 사후 처음 실시된다.

또 행정.금융.기업 개혁을 위한 제도적 정비도 대대적으로 이뤄진다.

21세기 초강대국을 꿈꾸는 중국의 차기 총리로 내정된 朱가 앞으로 어떤 인물을 발탁하고 중국 사회는 어떤 변화를 겪을 것인지 짚어본다.

베이징 (北京) 의 관측통들은 전인대를 계기로 두가지 분야의 인사에 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첫째는 단순히 명예직 정도로 여겨졌던 국가부주석 자리, 둘째는 차기 총리로 내정된 朱의 인맥들이다.

공산당이 실권을 잡고 있는 중국의 권력구조상 지금까지 국가부주석은 명예적 성격이 강한 한직 (閑職) 이었다.

그러나 중국은 지난달 말 공산당 제15기 중앙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 (2중전회)에서 정치국 상무위원인 후진타오 (胡錦濤) 를 국가부주석 후보로 내정했다.

胡는 장쩌민 (江澤民) 국가주석과 리펑 총리, 주룽지, 리루이환 (李瑞環) 정치협상회의 (政協) 주석에 이어 권력서열 5위의 차세대 선두주자다.

이런 胡에게 국가부주석을 맡긴다는 것은 江주석의 제3세대 영도층에 이어 제4세대 영도층 핵심으로 胡가 부상했음을 말해준다.

뉴스의 그늘 속에 숨어 있던 朱의 인맥들은 이번 국무원 개편을 통해 음지와 양지에서 일할 측근들로 대별될 가능성이 크다.

먼저 양지로 나서게 될 인물로는 중국인민은행 (중앙은행) 을 맡은 다이샹룽 (戴相龍) 과 국가경제무역위윈회 주임인 왕중위 (王忠禹) 등이 꼽힌다.

지난 80년대 상하이 (上海)에서 朱와 함께 일한 경험이 있는 戴는 이번에 국무위원 진입이 유력하다.

朱의 신임이 두터운 65세의 王에게는 국무원 비서장 자리가 거론되면서 과거 리펑의 국무원내 손발 역할을 했던 뤄간 (羅幹) 과 비교되고 있다.

또 얼마전 갑작스레 광둥 (廣東) 성 성위 (省委) 부서기에 올라 주위를 놀라게 했던 왕치산 (王岐山) 도 발탁 여부가 주목된다.

음지에서 朱를 보좌할 인물들의 비중도 결코 가볍지 않다.

江주석의 정치적 대부 (代父) 로 왕다오한 (王道涵) 이 있다면 이에 비견될 朱의 측근으론 잡지 '개혁 (改革)' 의 편집인인 우징롄 (吳敬璉) 이 회자되고 있다.

이밖에 과거 보수파의 거목이었던 천윈 (陳雲) 의 아들로 중국인민은행 부행장인 천위안 (陳元) , 증권감독관리위원회 상무 부주석 리젠거 (李劍閣) 등도 소리 없이 朱를 도울 인물들로 꼽힌다.

朱의 측근들은 한결 같이 철저한 실무경제에 정통한 테크노크라트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특히 한때 부총리직과 함께 중국인민은행장을 겸임했던 朱의 경력이 크게 작용한 탓인지 금융분야의 전문가들이 많다는 게 눈에 띄는 대목이다.

베이징 = 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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