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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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면

<결승 1국> ○·쿵제 7단 ●·이세돌 9단


제13보(96~101)=96은 시간 연장책이다. 흔히 쓰는 응수 타진이고 손해도 없다. 또 이런 응수 타진에 손 빼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나 상대가 ‘이세돌’이면 얘기가 달라진다. 승부처의 기류에 관한 한 거의 동물적 본능을 지닌 이세돌 9단이 이런 순간을 놓칠 리 없다. 그리고 등장한 99, 이 한 수에 모두 들 악! 하고 비명을 질렀다. 97을 둘 때만 해도 그냥 살자는 줄만 알았다. 한데 99라니! 흑▲ 두 점은 폐석이나 다름 없다. 보통 프로들 같으면 그쪽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하지만 돌의 생명, 그 숨결에 누구보다 민감한 이세돌은 이 폐석을 움직이고 나왔다. 쿵제는 당황한 모습이다. 막상 움직이니 100의 응수는 절대. 그 다음 101로 틀어막으니 이게 웬일인가. 중앙집이 공배로 변하며 백 전체가 갑자기 곤마의 느낌을 풍기고 있지 않은가. 이쪽에 큰불이 붙었는데 저 멀리 혼자 놀고 있는 96이 그렇게 허무해 보일 수가 없다. 96은 ‘참고도1’처럼 씌우는 한 수였다고 박영훈 9단은 말한다. 백A가 선수라 왼쪽은 막혔다. 흑은 2로 나가는 수뿐인데 백이 강하게 봉쇄하는 것은 8까지 백도 위험해진다(B로 끊으면 천지대패). 백은 그러나 ‘참고도2’처럼 둘 수 있고 이 정도로 좋은 흐름이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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