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접촉, 승인서 신고제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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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린우리당이 추진하고 있는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 사본.

남북한 주민이 정부의 허가를 받지 않고도 신고만으로 접촉할 수 있고 지금까지 승인을 받아야만 가능했던 주민 왕래 역시 신고와 승인을 병행케 함으로써 남북교류를 획기적으로 활성화하는 방향의 법 개정 작업이 열린우리당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 특히 인터넷을 통한 남북한 접촉을 전면 허용한다는 계획이다. 남북 경협도 교역당사자의 지정제를 없애고 반출.반입 물품의 승인제도 신고제로 전환할 방침이다.

본지는 이 같은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하는 열린우리당의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을 단독 입수했다.

개정안은 임종석 의원이 대표로 발의해 의원들의 서명을 받아 15일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남북 경협의 활성화와 절차 간소화를 위해 대부분의 승인제를 신고제로 전환하면서 남북 간 교역대상 품목도 현재의 가능 품목 지정제를 제한 품목 지정제로 바꿔 교역범위를 확대했다.

교역당사자뿐 아니라 협력 사업자에 대해서도 신고제로 전환토록 했으며 협력사업의 내용은 승인제에서 승인.신고 병행제로 바꾸기로 했다.

개정안은 남북한 인적 왕래와 접촉도 과감한 신고제 도입을 통해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는 동시에 '남북 교류 협력 질서를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인터넷사이트 가입.이용.채팅.e-메일 등 남북 주민 간 인터넷 접촉을 정부에 신고하지 않고도 할 수 있도록 전면 허용키로 했다.

이 밖에도 개정안은 현행 공무원으로만 구성돼 있는 남북교류협력추진위원회에 민간 전문가를 포함하고, 북한재외동포 접촉 금지 조항도 삭제키로 했다.

이와 관련, 임종석 의원은 "1990년 제정된 남북교류협력법이 14년간 일부 부칙만 몇차례 개정됐을 뿐 한번도 내용이 바뀌지 못해 미래지향적으로 남북관계를 규정하고 남북교류를 촉진할 수 있는 법 개정이 절실한 실정"이라며 "특히 남북 간 경제협력사업에 참가하는 기업들이 각종 절차의 간소화를 요구하는 등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고 발의 취지를 밝혔다.

이와 함께 열린우리당은 새로 제정되는 남북관계발전기본법의 기본 골격도 확정했다. 제정안은 남북관계를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형성되는 특수관계'로 하고 '어떤 경우에도 북한을 외국으로 보지 아니한다'로 규정키로 했다. 이는 92년 발효된 남북기본합의서의 정신을 이어받은 것이다.

제정안은 또 남북협상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남북회담 대표와 대북 특사의 임명을 (통일부 장관이 관계기관의 장과 협의해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는)법률에 의해 임명토록 했다. 이 밖에도 제정안은 대북정책에 대한 중.장기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 정부가 5년마다 '남북관계발전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했다.

열린우리당 핵심 인사는 "열린우리당이 추진 중인 남북 관련 양대 법안은 공개적이고 투명한 남북관계의 정착을 위한 것"이라며 "이들 법안이 국회에서 처리된 뒤 국가보안법 대체입법에 곧바로 착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수호.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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