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규모 재계 30위권 '문어발 사업' 수사 초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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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 수사관들이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도곡동 군인공제회 사무실에서 압수한 자료를 옮기고 있다. [연합]

군인공제회(이사장 김승광.예비역 중장) 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는 금융투자 사업 부문과 주상복합아파트 특혜분양 의혹 등 두 갈래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검찰은 특히 군인공제회가 4조원대에 달하는 자산을 굴리며 13개 계열사를 거느리는 등 30대 그룹에 버금가는 '재벌'로 성장했지만 지금까지 제대로 된 검증을 받은 적이 없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국감 때 일부 의원이 군인공제회가 내규를 어기고 주식 투자를 하는 등 방만하게 기금을 운용했다며 제기한 의혹들도 조사할 방침이다. 따라서 검찰 수사 과정에서 군인공제회 고위층이 관련 업체들로부터 리베이트를 챙겼거나 국방부 등 상부기관이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사실이 드러날 가능성도 작지 않다.

군인공제회는 현금 동원 능력이 막강하다. 현역 군인.군무원과 군 산하기관의 직원 등 14만600여명의 회원이 매달 회비(일종의 장기저축)로 420억원을 내기 때문이다.

군인공제회의 총 자산은 3조7357억원. 지난해 경기가 좋지 않았지만 공제회는 5263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13개 계열사를 통해 식품.금융.토지신탁.아파트 분양 등의 사업을 벌이며 20년 연속 흑자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1984년 직업군인의 전역 후 생활안정을 위한 목돈마련과 내집마련 차원에서 외자물자 정보센터인 용산무역과 잼과 주스를 생산 납품하는 제1식품사업소 등으로 출범했다.

당시 총자산 223억원 규모였던 군인공제회는 경기불황 여파 속에서 다양한 건설 투자와 인천 문학산터널 공사 등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인수합병(M&A) 등에서 잇따른 성공 신화를 일궈내면서 세인의 관심을 끌었지만 운영실태는 베일에 싸였다.

공제회는 지금까지 서울 상계동의 군인아파트 등 모두 2만2000여채의 아파트를 직접 분양했다. 외환위기 이후에는 건설시행사에 투자를 하고 분양사업이 끝나면 이윤을 챙기는 '부동산개발금융(프로젝트 파이낸싱)' 방식의 투자를 통해 재미를 봤다.

서울 광화문의 '경희궁의 아침', 여의도 '리첸시아' 등에 투자한 것이 그 예다. 공제회의 주된 수익모델은 부동산투자였다. 전체 자산 가운데 62.3%인 2조4517억원이 부동산 사업에 투입됐다.

최근에는 기업 인수.합병(M&A) 쪽으로도 눈을 돌리고 있다. 공제회는 지난해 4월 2500억원을 투입해 금호타이어의 지분 50%를 인수했다. 2001년엔 여신전문 금융업체인 한국캐피탈과 부동산 신탁업체인 대한토지신탁을 동시에 사들이기도 했다. 지난달에는 지하철 등에 뿌려지는 만화 무가지 데일리줌(Daily Zoom)에 수십억원을 투자, 50.1%의 지분을 확보했다. 공제회는 '회원 제일주의'로 운영된다. 직원 1200명은 모두 회원이고, 그들 중 대부분은 예비역 장교 출신이다. 이들이 공제회에 돈을 맡길 땐 시중 금리의 두배에 가까운 8%의 이자가 붙는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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