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앵커를 벤치마킹하라

중앙일보

입력

관련사진

photo

베스트 드레서로 손꼽히는 앤더슨 쿠퍼 CNN 앵커.

포브스코리아3월 런던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는 전 세계 고민거리인 경제 위기 극복이었다. 영향력 있는 20개국 정상이 현안에 대해 어떤 합의점을 도출할지 이목이 집중됐다.

신뢰감 높이는 슈트 연출법

직업 탓이겠지만, 합의안 이외에 눈길을 잡아 끈 게 하나 더 있었다. 회의 폐막 후 정상들이 함께 찍은 단체 사진이었다. 무채색 계열의 슈트를 입은 각국 정상들 사이에서 튀는 의상이라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아르헨티나의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여성 대통령 정도였다.

얼마 전 외신에서 확인한 또 한 장의 사진도 비슷했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창설 60주년을 맞아 회원국 정상들이 프랑스와 독일의 경계인 유럽 대교 위에서 찍은 단체 사진이었다.

이번에는 메르켈 총리조차 하얀색 재킷 차림이어서 각국 정상이 누가 누구인지 확인하기 어려웠다. 공식 회담 자리에서 각국 정상들이 보여주는 옷차림은, 멋쟁이들의 기준으로 보면 말 그대로 진부하기 짝이 없다.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블루 셔츠,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의 와이드 칼라 셔츠,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타이 정도가 눈에 띄었다. 물론 각국 정상들이 21세기 신사유람단이 아닌 바에야 온갖 치장으로 ‘스타일 위세’나 떨치는 건 외교 관례에도 어긋나는 일이다.

각국 정상의 모임에서 필요한 것은 상대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옷차림이다. 신뢰감 하면 떠오르는 대명사는 단연 뉴스 앵커, 그리고 그들의 옷차림이다. 뉴스의 신뢰도를 깨지 않아야 하는 것은 물론 시청자들의 시선 역시 교란시켜선 안되기 때문이다. CNN 앵커 중 최고로 꼽히는 앤더슨 쿠퍼의 옷차림이 모범적인 사례다.

그는 블랙 슈트와 블루 셔츠, 블루 슈트와 화이트 드레스 셔츠 등에 단색 실크 타이를 주로 맨다. 그의 패션은 군더더기 없이 단정하게 떨어지는 어깨 라인과 장식적인 주름 없이 일자로 재단되는 바지가 특징인 ‘아메리칸 스타일’의 전형이다. 셔츠 색상으로 보면 화이트 셔츠는 단정하고 유능한 느낌을 전달하면서 어느 슈트에나 어울리는 장점이 있다.

블루 셔츠는 화이트 셔츠에 비해 틀에 박힌 듯한 정형성을 탈피하고 자유롭고 편하게 다가갈 수 있다는 인상을 준다. 국내 방송 3사의 메인 앵커 중 여기에 가장 근접한 사람은 단연 MBC 신경민 앵커(4월 13일을 끝으로 9시 뉴스 앵커를 그만뒀다)다.

‘한 시간 빠른 뉴스, 젊은 뉴스’를 표방한다는 이유로 스트라이프 슈트에 패턴 타이를 구사하는 SBS 뉴스 앵커는 도전적인 관점에선 평가 받을 만하지만 신뢰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렇다면 KBS는? 수시로 등장하는 파스텔 블루 같은 높은 명도의 타이 컬러는 시청자의 시선을 뉴스 대신 브이존(슈트 깃과 깃 사이)에 쏠리게 만든다.

세련된 맛이 떨어지는 건 물론이다. 앤더슨 쿠퍼가 베스트 드레서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보는 이로 하여금 편안한 마음을 갖게 하는 컬러 연출법이다. 앵커들의 블루 혹은 그레이 톤 일색의 슈트가 다소 지겹다는 사람도 있지만, 단정하고 깔끔한 슈트, 감각적인 타이 컬러만큼 상대에게 신뢰감을 안겨주는 옷차림도 없다.

글 문일완 <루엘>(Luel) 편집장, 사진 <루엘> 제공

매거진 기사 더 많이 보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