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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Knowledge <32> ­­­‘히트 상품’ 축구대표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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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면

장치혁 기자

후원금 270억, 경기 중계권·입장권 60억 수입

지난해 6월 14일 열린 월드컵 3차 예선 한국과 투르크메니스탄과의 경기에서 김두현이 페널티킥을 성공시키고 있다. [중앙포토]

대표팀은 700억원의 축구협회 1년 살림살이 중 절반을 책임진다. 축구협회 최고의 캐시카우인 것이다. 축구협회는 올해 대표팀 마케팅을 통해 340억원 정도의 수입을 기대하고 있다. 그중 80%에 해당하는 270억원 정도가 13개 스폰서 업체가 후원하는 돈이며 나머지 70억원가량은 국내 A매치(대표팀 경기) 중계권 및 입장권 판매 수익이다.

축구협회가 거대 조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후원금이다. 2002 월드컵을 통해 축구대표팀의 시장성이 확인되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체들의 후원 참여가 대폭 늘었다. 참여 업체들의 높은 재계약률은 후원의 효과를 충분히 짐작하게 한다. 재계약 때마다 금액도 부쩍 올랐다. 축구협회의 가장 큰 후원 업체인 나이키는 2007년 10월 현금과 물품 지원을 포함해 4년간 490억원에 재계약했다. 250억원에 이르는 현금 지원 규모는 2002년 재계약 때보다 110%나 늘어난 수치다.

비용도 만만찮다. 축구협회는 지난해 총지출 554억원 중 각급 대표팀의 훈련 및 해외 파견으로 149억원을 썼다. 축구협회 예산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이다.

작년 대표팀 국내 경기 평균 관중 2만5939명

지난 3월 28일 이라크와의 평가전을 앞두고 축구협회는 무척 분주했다. 이 경기는 올 1월 새로 선출된 조중연 축구협회 신임 회장이 처음 치르는 대표팀의 홈경기였다. 조 회장은 부임하자마자 ‘대표팀의 브랜드 가치 제고’를 화두로 던졌다. 2002 월드컵 대성공의 흐름이 2006 독일 월드컵 때까지 이어지면서 스폰서 확보에 대한 어려움은 없었지만 갈수록 팬들의 기대는 높아가는 데 반해 대표팀의 경기력은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면서 대표팀에 대한 팬들의 충성도가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더 이상 대표팀이란 문패를 걸어놓았다고 해서 팬들이 밀려오는 시대는 지났다. 지난해 대표팀의 국내 경기 평균 관중은 2만5939명에 머물렀다. 6만 5000명을 수용하는 서울 월드컵경기장을 절반도 못 채운 셈이다.

게다가 경기 침체까지 맞이하면서 축구협회도 대표팀 세일즈에 적극 나서기 시작했다. 이를 위해 통상 경기당 10%에 이르는 초청권 수를 절반으로 줄였다. 협회 직원용 초청권도 예외가 아니었다.

조 회장은 4월 1일 열린 북한과의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스카이박스를 자비로 사며 판촉을 독려했다. 버스 광고판에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기성용(FC 서울) 등이 등장했고 TV·라디오 광고도 부쩍 늘었다.

떨어져나간 팬들을 다시 모으는 것은 비단 입장권 수익 증대 때문만은 아니다. 축구장이 다시 팬들로 흥청거리게 되면 TV 중계권료가 올라간다. 어느샌가 사라진 경기 타이틀 스폰서도 다시 구할 수 있다. FIFA 주관 월드컵 예선, 본선 경기의 모든 마케팅 권리는 FIFA가 지니고 있지만 축구협회가 주최하는 국내 평가전에는 얼마든지 스폰서를 붙여도 된다. 하지만 지난해 5월 요르단전 이후 국내에서 열린 두 차례 평가전은 타이틀 스폰서 없이 치러졌다. 경기 침체에 대표팀의 경기력 저하가 원인이었다.

조 회장은 “대표팀 마케팅 수익 중 80%에 이르는 후원금의 비율을 60%로 줄이고 중계권·입장권 수익을 40% 수준으로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장이 꽉 차고, 중계권료 인상에 평가전 스폰서까지 확보할 수 있다면 경기당 10억원가량의 추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한·일 정기전 18년 만에 부활, 흥행 불 지핀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스포츠 마케팅 시장이 꽁꽁 얼어 있지만 월드컵이 다가올수록 햇살이 비치게 마련이다. 지난해 경기 침체에도 베이징 올림픽 때는 반짝 특수가 있었다. 수많은 종목이 치러지는 올림픽보다 단일 종목의 월드컵이 마케팅의 집중력은 더 높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진출을 확정짓는다면 대회 참가를 통한 출전비·상금뿐 아니라 월드컵을 앞두고 치르는 평가전을 통해 추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축구협회가 월드컵 바로 전년도인 올해부터 대표팀 브랜드 가치 높이기에 돌입한 것도 이 때문이다.

축구협회는 최근 일본축구협회 측과 18년 만에 한·일 정기전을 부활하기로 합의했다. 흥행 보증수표인 한·일전은 양측 모두에 축구 열기를 높일 수 있는 최고의 호재다. 우선 10월 일본에서 경기를 치르고 내년 중으로 한국에서 리턴 매치를 열 계획이다. 일본 측도 적극적이다. 일본은 유럽파를 모두 소집할 수 있도록 FIFA가 정한 A매치 데이에 경기를 열 준비를 하고 있다. 한국 역시 내년 2월에 한·일이 맞붙을 동아시아연맹선수권대회 이후 일정을 잡고 있다. 동아시아연맹대회는 A매치 데이와 관계없는 일정이라 양국 모두 국내파 위주로 경기를 치른다. 축구협회는 내년 3월 이후 한·일전을 마련해 박지성·박주영(모나코) 등 정예로 일본과 맞설 계획이다. 최근 국내에서 열린 A매치 중 최고의 카드로 손색이 없다. 축구 열기가 예전만 못하지만 월드컵 본선이 다가오면 사정은 달라진다. 초청되는 팀들의 수준도 높아진다. 경기 타이틀 스폰서 확보와 중계권료 인상을 위한 절호의 기회다.

대표팀 해외경기 출격 땐

비즈니스석·최고급 호텔…
컨디션 위해 아낌없는 투자

대한축구협회가 지금의 몸집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대표팀의 성적, 특히 월드컵 본선 진출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2010 남아공 월드컵에 진출하기만 하면 50억원(2006 독일 월드컵 기준)에 이르는 출전비를 받는다. 본선에서 16강, 8강으로 올라갈수록 출전 배당금의 규모는 더욱 늘어난다. 무엇보다 월드컵 진출은 스폰서 추가 확보 및 재계약에 유리한 입지를 보장해 준다. 다행히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의 성적이 좋아 본선 진출이 가시권에 들어온 상황이다. 만약 대표팀이 남아공 월드컵 진출에 실패한다면 축구협회는 스폰서 업체의 대규모 이탈을 감수해야 한다.

이를 위해 축구협회는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숙소는 최고급이며 해외 이동 시 비즈니스 클래스는 기본이다. 때로는 전세기까지 동원해 대표선수들의 피로도를 최소화하기 위해 세심한 배려를 한다.

지난해 6월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에서 고전 중이던 대표팀은 요르단·투르크메니스탄 원정 2연전에 5억원을 쏟아부었다. 대규모 선수단이 비즈니스석으로 요르단 암만까지 가는 데 5000만원이 넘게 들었다. 통상 원정지 숙소는 상대팀 축구협회에서 주선해 준다. 하지만 사전 답사를 한 축구협회는 요르단 측에서 마련해 준 숙소 대신 더 나은 호텔로 변경했다. 여기에 요르단과 투르크메니스탄전 사이의 시간을 활용하기 위해 터키 이스탄불에서 짧은 전지훈련도 했다. 요르단·터키에서의 체재비와 전훈 비용으로 약 1억5000만원이 들었다. 투르크메니스탄전을 치른 대표팀은 전세기를 타고 귀국했다. 연결편을 이용하면 하루가 꼬박 걸리는 상황이라 거금을 투자했다. 전세기는 3억원이 들었다. 전세기는 올림픽 때나 돼야 대규모 선수들이 이동하기 위해 타볼 수 있는 드문 사례다. 지난 3월 야구대표팀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참가하기 위해 전세기에 탑승해 화제가 된 적도 있다. 하지만 축구대표팀 선수들에겐 그리 낯선 경험이 아니다. 원정경기 직후 홈경기 일정이 잡혀 있거나 항공 연결편이 마땅치 않을 때는 전세기를 적극 활용한다. 축구협회 스폰서 중 항공사가 있어 해외 원정 때 후원을 받지만 굳이 스폰서 관계에 구애받지는 않는다. 이동일에 항공편이 없거나 원하는 시간에 비행편이 없을 경우 추가 비용을 들여서라도 다른 항공사를 이용한다. 대표선수들의 피로를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서다.

화끈한 투자 덕분이었을까, 대표팀은 당시 난적 요르단을 힘겹게 꺾은 뒤 투르크메니스탄과의 경기에서는 대승을 거뒀다. 대표팀은 두 경기에서 다섯 골을 기록했다. 한 골을 넣기 위해 1억원을 들인 셈이다. 하지만 그 가치는 몇십억원짜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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