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페놀사건 수돗물 생수로 상품화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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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대구시가 페놀사건의 불명예를 안고 있는 수돗물을 생수 (生水) 로 만들어 파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좀 엉뚱한 생각 같기도 하지만 이제는 생수만큼 깨끗하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시상수도본부는 91년 페놀사건 이후 달서구 두류정수장에 고도정수처리시설을 설치, 지난해 3월부터 가동하고 있다.

또 달성군다사면의 매곡정수장이 5월말로 공사가 끝나면 본격 가동에 들어간다.

이에 따라 올 하반기부터는 시내에 공급되는 수돗물이 생수보다 더 깨끗하고 맛있어질 것으로 상수도본부측은 확신하고 있다.

최근 수돗물과 시판중인 생수를 자체 비교분석한 결과 수돗물에서는 세균등 유해물질이 거의 나오지 않아 더 위생적이었다고 상수도본부 관계자는 말했다.

더구나 페놀사건 후 대구에 결성된 민간단체인 '수돗물 수질평가위원회' 로부터도 '안전' 판정을 받고 있다.

의사를 위원장으로 두고 있는 이 위원회는 한두달에 한번씩 불시 수돗물을 수거해 검사하고 있다.

일부에서 오래된 수도관을 거치면서 물이 오염되는 부분을 지적하고 있기도 하지만 정수장에서 곧바로 용기에 담아 상품화할 경우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계산이다.

상수도본부는 의사결정이 완료되는대로 수돗물을 플라스틱병에 넣는 생산라인을 설치하고 일반생수 외에 치아건강에 좋은 불소를 넣은 어린이용 생수도 만들어 팔 계획이다.

현재 가장 큰 애로사항은 시민들의 인식이다.

오염의 대명사처럼 인식돼 온 대구 수돗물이 상품화될 경우 과연 소비자들이 믿어 줄까하는 것이다.

상수도본부 황재찬 (黃載燦) 업무부장은 "수돗물을 상품화할 경우 가장 안전한 물이 될 것" 이라며 "소비자들의 인식이 어떨지 몰라 결정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 고 말했다.

시는 페놀사건 후 두산그룹으로부터 받은 2백억원과 국비.시비등 모두 9백3억원을 들여 상수도 사업에 투자해왔다.

대구 = 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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