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같은 도예' 젊은 이은미의 정교한 벽돌 쌓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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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도예와 건축은 아무 인연도 없는 무관한 사이처럼 보인다.

그러나 도예가 기본적으로 흙을 주무르는 작업이란 걸 생각하면 달라진다.

과거의 흙작업 (도예) 은 건축과 생각 이상으로 가까웠다.

대표적인게 벽돌이다.

잊혀졌지만 우리나라에서도 건축과 가까운 벽돌문화는 많았다.

여주 신륵사 경내의 탑과 창덕궁 후원의 꽃담은 모두 벽돌로 이뤄진 것들이다.

젊은 도예가 이은미 (31) 씨는 도예전통을 넓게 보고 남들의 생각이 미치지 않는 건축과 도예와의 관계를 생각해온 작가다.

서울 원서갤러리 (02 - 765 - 2705)에서 발표하는 26일까지 전시중인 그녀의 '적과 백의 공간' 은 언뜻 보아 벽돌로 쌓아만든 설치작업 같아 보인다.

현대도예의 화려한 수사 (修辭) 를 피하고 스스로 자존심을 낮췄지만 품위가 담겨 눈길을 끈다.

이씨 작업은 벽돌을 만들고 쌓는 작업과 거의 같다.

틀에 넣어 똑같이 만든 수천개의 벽돌 토막은 칼로 벤 것처럼 반듯반듯하다.

마름모꼴로 무수히 엇갈려 쌓아올린 사각의, 원형의 기둥은 정교한 구성에 의해 이뤄진 하나의 조각처럼 보인다.

또 쌓아올렸다는 데서 건축적 뉘앙스도 풍긴다.

도예작업을 통해 건축적 공간을 연출했다는 점이 새로운 작업으로 주목받을 만하다.

이씨는 이화여대를 마치고 이탈리아의 타일공업도시인 파엔차로 유학, 그곳서 국립도예학교 건축도예과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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