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등 아시아 파워 커져 새 안전보장 틀 마련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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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권위 있는 외교 전문잡지 포린 어페어스 최근호는 "국제사회에서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파워가 급부상하고 있다"며 "미국이 제대로 대처하지 않으면 국제적 흐름에 뒤처지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음은 이 잡지의 제임스 호지 편집장이 '새로운 국제적 파워 재조정'이라는 제목으로 기고한 논문을 요약한 것이다.

◇급부상하는 아시아 파워=20세기 초 영국과 미국은 국제사회에서 새롭게 등장한 신흥세력인 독일과 일본을 제대로 다루지 못했다. 그 결과 양국은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엄청난 정치.군사적 대가를 치러야 했다. 오늘날 우리는 아시아에서 신흥 세력을 목격하고 있다. 중국은 매년 9%씩 고속 성장하고 있다. 인도 또한 8%씩 성장하고 있다. 1997년 경제위기를 겪은 동남아의 '호랑이들'도 빠른 경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추세가 지속될 경우 중국 경제는 2010년 독일 경제의 두배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공존이냐 갈등이냐=국제사회에서 아시아의 급부상은 상당한 외교적 도전을 의미한다. 우선 동아시아에서 중국과 일본의 관계가 정립돼 있지 않다. 역사적으로 중국과 일본은 동시에 강해져 본 일이 드물다. 지난 200년간 일본은 강했던 반면 중국은 약했다. 인도와 중국은 아직까지 42년간에 걸친 국경분쟁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과연 중국.일본.인도.한국과 동남아 국가들은 향후 평화 공존할 것인가. 아니면 영토.에너지 등의 문제를 둘러싸고 걷잡을 수 없는 갈등을 겪을 것인가. 북한은 또 다른 갈등 요인이다. 부시 미 행정부는 출범 당시 한.미, 미.일 동맹관계를 강화하려 했다. 그러나 9.11 사태와 미국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한국의 젊은 세대를 대표하는 새로운 대통령(노무현)으로 인해 워싱턴의 목표는 좌절되고 말았다.

◇아시아에 새로운 안전보장 틀 제공해야=미국은 아시아의 급부상에 대비한 새로운 전략과 우선 순위를 정해야 한다. 그러나 미국은 아시아 파워에 대한 준비가 제대로 안 된 상태다. 또 미국은 리더십을 발휘, 아시아에 경제협력과 안전보장을 위한 새로운 안전보장 틀을 마련해야 한다. 2차 세계대전 승전국 위주로 짜인 유엔 안보리도 새롭게 개편해야 한다. 또 서방 국가들의 배타적 클럽인 선진7개국(G7)도 개편해야 한다.

이와 관련, 폴 마틴 캐나다 총리는 선진 10개국과 신흥 10개국으로 구성된 G-20그룹 창설을 제의한 바 있다. 국제기구들이 새롭게 등장한 국가들의 힘을 충실히 반영할 때 국제사회는 좀더 효율적이고 평화롭게 작동할 수 있다.

최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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