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보너스 깎인 '감급시대' 살림살이 걱정…20∼40% 깎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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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매월 1백50만원의 월급을 받던 A그룹의 金과장은 올들어 기본급만 10%, 보너스는 2백% 깎였다.

차량유지비.식비.활동비 등 이런 저런 명목으로 받던 '옆주머니' 돈까지 찔끔 찔끔 줄어들다보니 지난해 2천7백만원선이었던 연봉은 어느새 2천2백50만원으로 4백50만원 (17%) 이나 줄어들게 됐다.

앞으로 임금삭감 폭만큼 퇴직금도 줄어들 것이고, 하루가 다르게 뛰는 물가까지 고려하면 체감 (體感) 감봉액은 전체임금의 4분의1을 훌쩍 넘어선다.

金차장은 옆자리의 '잘린' 동료에 비해 자신이 낫다고 여기면서도 깎인 퇴직금을 감안하면 '올 한해는 무급으로 봉사하는 셈' 이라는 생각에 우울해진다.

국제통화기금 (IMF) 관리에 따른 경제위기가 닥치면서 전 기업.산업 근로자의 평균소득이 줄어드는 '감급 (減給) 시대' 가 본격적으로 도래하고 있다.

본사가 국내 30대 그룹과 10개 은행을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올해 임금을 삭감하겠다고 응답한 곳은 16개 그룹, 9개 은행에 이르고 있다.

이들 기업의 임금삭감 규모는 직급과 기업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 5~15%선. 대기업의 경우 임원 11~15%, 직원 6~10% 정도 삭감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은행의 삭감폭은 임원 30% 이상 (3개 은행) , 직원 16~20% (4개 은행)에 이른다.

나머지 임금동결을 선언한 기업들도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총액 인건비 20% 감축 지침에 따라 연월차수당 지급 금지.교통비 폐지.잔업 철폐.무급 휴직제 등 다양한 방법으로 줄여나가고 있다.

특히 월급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실질적으로 가계에 보탬이 돼오던 '옆주머니' 돈이 대폭 줄어듦에 따라 직장인들이 피부로 느끼는 급여 삭감폭은 수치로 나타난 것보다 훨씬 심하다.

일부 직장인들중엔 삭감된 임금을 보전하기 위해 부업전선에 뛰어드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

임금구조도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

각 기업들은 과거의 연공서열 위주의 임금체계에서 벗어나 능력.성과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는 연봉제를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본사 조사 결과 30대 그룹중 이미 연봉제를 도입했거나 (8개) 올해중 실시할 계획을 세워둔 곳 (15개) 이 23개 그룹에 달한다.

중소기업들도 연봉제를 도입하는 곳이 급증하고 있으며, 특히 대기업의 관리자급에서 불기 시작한 감급의 회오리바람은 중소기업으로, 다시 자영업자.일용근로자 순으로 이어지면서 진폭이 커지는 추세다.

그러나 일각에선 전 산업에 걸친 임금삭감으로 인해 자칫 임금삭감→구매력 약화→내수부진→경영부진→임금삭감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될 우려도 있다는 지적이다.

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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