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추방 갈길 멀다…해고 1순위 신분불안 악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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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우리 사회 처음으로 '성희롱 논쟁' 을 불러 일으켰던 서울대 禹조교 (30.여) 사건은 최근 대법원이 禹씨에게 승소판결을 내림으로써 법률적 논의는 일단락 됐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 만연한 성폭력.성희롱에 대한 파문은 끝나지 않았다.

더군다나 국제통화기금 (IMF) 시대에 접어들면서 직장마다 해고 1순위로 여성들이 몰리면서 직장내 성폭력에 대한 여성들의 대응폭은 크게 위축될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IMF이후 성폭력상담소에는 하루에만 10~20건의 직장내 성폭력 사례가 접수되고 있다.

이중에는 '회사가 어려운데 해고되면 새로운 직장을 소개시켜주겠다' 며 접대를 요구한뒤 성추행을 하거나 회식후에 '세상이 위험한데 내차로 데려다 주겠다' 며 차안에서 추행하는 사례가 포함돼 있다.

영업직의 경우에는 '일을 열심히 하라' 며 엉덩이를 치거나 가슴을 만지는 등의 성희롱이 많다고 한다.

이처럼 현행법상 성폭력에 대한 처벌규정은 있지만 성희롱에 대한 법적개념이 없는 상태에서 여성들의 피해가 끊이지 않았는데 이번 禹조교 사건으로 법리적으로 성희롱 여부를 가려내는 기준이 만들어지게 된 것. 대법원은 남녀관계에서 일방의 상대방에 대한 성적 관심을 표현하는 행위는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상대방의 인격을 침해, 정신적고통을 주는 정도에 이르는 것은 위법이라는 입장. 따라서 성희롱에 대한 위법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쌍방 당사자의 연령이나 관계▶행위가 행해진 장소및 상황▶성적 동기나 의도의 유무▶행위에 대한 상대방의 반응▶행위의 내용및 정도▶행위가 일회적 또는 단기간의 것인지 아니면 계속적인지의 여부를 꼽고 있다.

여기에 선량한 풍속 또는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것인지는 사례별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 성폭력상담소 장윤경 (張允瓊.34.여) 사무국장은 "이제 남은 과제는 성폭력특별법에 성희롱을 추가시켜 형사처벌을 가능하게 하는 것" 이라고 말한다.

禹조교 사건은 92년5월부터 93년8월까지 申모 (57) 교수가 禹씨를 수차례에 걸쳐 껴안는 자세를 취하거나 원치 않는 데이트를 집요하게 요구,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며 禹씨가 93년10월 소송을 내면서 시작됐다.

1심에서는 위자료 3천만원을 인정하는 원고 일부 승소판결을 받았으나 지난 95년7월 2심에서는 패소했었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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