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지방 없애고, 국산 닭만 쓰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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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가 한창이던 1998년 11월,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 1면에 국내 프랜차이즈 회사에 대한 기사가 실렸다. 84년 미국 웬디스 햄버거와 독점계약을 하고 국내에 소개한 ㈜우일의 이야기였다.

우일은 86년 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의 식음료 공식 공급업체로 선정돼 경기장에서 웬디스햄버거 매장을 운영했다. 91년 한국에서 열린 세계 잼보리대회 때는 공식 식당업체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웬디스는 98년 6월 한국에서 철수했다. 우일은 웬디스 점포의 간판을 ‘위너스 햄버거’로 바꿔 달았다. 외국 업체의 매장을 운영하면서 쌓은 노하우로 토종 햄버거 브랜드를 출범시킨 것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위기 속에 뚝심을 보여 준 한국 기업의 대응을 흥미롭게 다뤘다.

위너스햄버거를 끝으로 음식업 시장을 떠났던 우일의 임직원들이 치킨을 들고 다시 나타났다. 웰빙 열풍에 맞춰 오븐에 굽는 ‘위너스 치킨’(www.winnerschicken.co.kr)을 지난해 8월 시장에 내놓은 것이다. 외식업을 재개하면서 우일은 ‘흰 살코기를 튀기지 않고 조리해 내는 음식’으로 컨셉트를 잡고 호주 등 외국을 돌며 벤치마킹에 나섰다.

회사 측은 이렇게 나온 위너스 치킨을 ‘26, 24, 20, 0, 50, 100, 25’라는 숫자로 설명한다. 26가지 이상의 천연 양념으로 닭고기를 24시간 동안 숙성시킨 후 20분간 오븐에 구워 내기 때문에 트랜스지방은 0%이고, 칼로리는 50% 줄였다는 것이다. 100% 국내산 닭을 사용하고 우일이 25년의 외식 프랜차이즈 경력을 갖고 있다는 뜻도 담겼다. 김영일 대표는 “오븐 조리를 거치면 기름기가 빠지고 수분은 유지돼 속살의 부드러움과 육즙의 맛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오리지널치킨·순살양념치킨·통다리치킨·오븐구이콜팝치킨 등이 대표 상품이다. 창업비용은 33㎡(10평) 규모의 점포를 기준으로 약 3895만원(임대료 제외). 현재 전국에 점포 20여 곳이 문을 열었다.

위너스 치킨에는 웬디스 시절부터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실력을 쌓아온 임직원들이 남아 있다. 이창화 이사는 미국 웬디스 본사에서 6개월간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 운영 교육을 받았다. 일대일 개인 교습으로 진행된 과정에서 그는 매장 화장실 청소에서부터 최고 경영 기법까지 폭넓은 경험과 지식을 쌓았다. 그는 “트랜스지방과 콜레스테롤 문제에서 자유로운 구운 닭고기가 주 메뉴여서 건강 식단을 찾는 고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며 “초보 창업자도 쉽게 조리할 수 있도록 습도 기능과 스팀 청소 기능을 갖춘 전용 오븐기를 사용한다”고 소개했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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