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결사'가 날뛴다…빚분쟁 늘자 폭력조직 청부폭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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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경제난으로 채권.채무 분쟁이 늘면서 조직폭력배들의 청부폭력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동안 유흥업소나 오락실 운영 등을 통해 조직자금을 조달해온 폭력조직들이 국제통화기금 (IMF) 한파로 수입이 줄어들자 전문 청부업자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채권자의 부탁으로 돈을 받아주는 외에도 아예 채권을 넘겨받아 채무자를 납치.폭행하는 수법으로 재산을 빼앗는 등 '업종전환' 을 하고 있는 사실이 검찰수사 결과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서울지검 강력부 (李棋培부장검사) 는 12일 채무자에게 폭력을 휘둘러 빚을 받아내고 채권자로부터 사례금을 받은 혐의로 서산동파 두목 김행종 (金幸鐘.37) 씨 등 4개 조직 폭력배 46명을 적발, 이중 21명을 구속기소했다.

金씨는 지난해 7월 조직원 10명을 동원, 자신의 부인 奇모씨에게 1억7천만원의 빚을 진 孫모 (30.여) 씨와 남편을 서울강남 모호텔 객실로 납치한 뒤 협박, 아파트 양도계약서와 크레도스 승용차 등 2억7천만원 상당의 금품을 뜯어낸 혐의다.

金씨는 또 지난해 6월 의류업체를 운영하는 유명모델 盧모 (37) 씨의 1억원짜리 어음을 9천7백만원에 할인해준 뒤 부하들을 동원, 盧씨를 호텔로 납치해 현금과 어음 등 2억9천만원을 빼앗았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 조사결과 이들 청부폭력배는 채권을 헐값에 인수받아 채무자들을 납치.폭행해 제값을 받아내거나 채무자가 돈이 없을 경우 부동산을 강제로 넘겨받아 제3자에게 전매하거나 약속어음 등을 할인, 현금화하는 수법으로 조직 운영자금을 마련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앞서 광주지검은 지난달 25일 빚 1억원을 갚으라며 기업체 대표를 감금.폭행한 혐의로 폭력조직 대인동파 조직원 전경삼 (27) 씨 등 5명과 이들에게 청부폭력을 부탁한 S철강 대표 李모 (45) 씨를 구속했다.

이들 폭력배는 李씨로부터 "아시아자동차 계열사 사장 P씨로부터 물품대금 1억원을 받아주면 사례금을 주겠다" 는 제의를 받고 지난달 23일 P씨를 납치해 3천여만원짜리 약속어음과 1억3천만원 상당의 대지 및 건물 등기권리증을 빼앗은 혐의다.

또 부산지검은 지난달 23일 부산동래구 온천장 일대를 무대로 폭력을 행사해온 폭력조직 온천장파 두목 金병량 (43) 씨를 구속했다.

대검 관계자는 "불황으로 자금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폭력배들이 속속 청부 해결사로 나서고 있어 전국 검찰에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다" 고 밝혔다.

예영준·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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