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월드컵 준비 흔들리지 말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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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국민회의 정대철 (鄭大哲) 부총재는 월드컵을 위한 시설투자비가 모두 4조5천억원이라 말하고, 그중 2조원 이상을 절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월드컵조직위가 공식집계한 바에 의하면 경기장 건축비는 모두 1조3천6백억원에 불과하다.

주변의 부대시설을 위해 8천8백억원이 더 필요한 것은 사실이나 부대시설비는 도시계획과 관련, 도로 등 사회기반시설 예산이 대부분이므로 월드컵 관련 비용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뿐만 아니라 10개 후보도시중 부산.대구.인천.수원 등은 월드컵과 관련없이 이미 다른 용도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2001년 대구 유니버시아드, 99년 전국체전 등) 로 공사에 착공, 진행중이기 때문에 이것을 앞서 말한 총공사비에서 공제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럴 경우 월드컵을 위한 순수 신규투자액은 경기장 건설비가 약 6천억원, 주변시설비는 5천6백억원밖에 안된다는 계산이다.

이중 정부투자 부분은 서울.광주.대전에 한해 5년동안 1천2백42억원이 요청되고 있을 뿐이다.

국제통화기금 (IMF) 사태 때문에 모든 것이 재검토돼야 하겠지만 그래도 많은 관계기관들이 거듭된 회의와 전문가들의 자문을 거친 후에 도달한 결론이 흔들리는 것을 보니 안타깝다.

국민들은 월드컵이 열릴 2002년께에는 우리 경제가 완전히 회복되고, 월드컵대회가 민족의 재도약을 만방에 과시하는 대축제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월드컵을 위한 준비는 국민들에게 내일을 위한 꿈을 주고 온국민이 뭉칠 수 있는 기폭제가 될 수도 있다.

일본은 2002년 월드컵의 파급효과를 단독개최의 경우 약 40조원으로 추산한 일이 있다.

일본은 도쿄 (東京)에 잠실운동장보다 훨씬 좋은 올림픽 주경기장이 있는데도 요코하마 (橫濱) 와 사이타마 (埼玉) 두곳에 각각 7천8백억원과 1조1천억원을 투자해 주경기장 후보지를 새로 건축하고 있다.

오늘 우리가 준비부족으로 때를 놓치면 4년후 후회해도 소용없을 것이다.

서울은 우리의 얼굴이다.

우리가 훌륭한 주경기장을 서울에 마련해 수많은 국가원수들을 맞이한 가운데 우리민족의 도약의지를 만방에 과시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무다.

잠실운동장을 개.보수하면 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있지만 잠실운동장을 국제축구연맹 (FIFA) 의 요구조건에 맞게 개.보수하려면 약 9백억원이 소요되며, 이밖에 내부배선.전자시설 등을 완전히 새로 바꿔야 한다.

물론 88서울올림픽을 상징하는 기념비적인 조형물은 영영 이그러진 형태로 전락하고 만다.

우리는 서울올림픽 때도 안팎의 방해공작을 무릅쓰고 대회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경험을 갖고 있다.

그때도 우리나라의 올림픽 개최능력을 의심하고 개최권을 앗아가려는 움직임이 많았다.

지금 우리가 동요한다면 모처럼 쟁취해 온 2002년 월드컵대회 개최권을 넘겨다보는 세력을 돕는 결과밖에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오완건〈축구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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