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중토크 김서형②] “‘미스코리아 촌지 사건’ 좀 시끄러웠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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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스코리아 촌지 사건

-가장 돌아가고 싶은 과거는 언젭니까?

"막 상경해서 언니랑 살 때요. 연탄가스 새는 금호동 옥탑방이었는데 꿈에 부풀어 잠자는 시간도 아까웠어요. 한겨울 찬물 빨래하던 한남동 반지하도 이젠 추억이 됐네요. 그때보다 경제적으로 나아진 지금이 더 고생스럽게 여겨지는 이유는 뭘까요? 몰라도 될 걸 너무 많이 알아버렸기 때문일까요?"

-스스로 생각하는 김서형은 어떤 연기자입니까.

"펄펄 끓는 연기자?(웃음) 연기는 정답이 없는 것 같아요. 열정을 갖고 최선을 다하면 언젠가는 인정받는 것 같아요. '버럭이 연기냐'며 혹평하시는 분들한테도 감사해요. 저를 더 자극해주는 거니까요."

-그럼 인간 김서형은?

"한결 같은 여자죠. 때가 묻을 만 하지만 아직은 순수한 마음을 잃지 않고 살아요. 물론 상대가 선수나 여우처럼 나오면 그에 맞게 행동하죠."

-살면서 가장 큰 위기는 언제였나요?

"돌이켜보면 늘 위기인 것 같아요. 일이 잘 풀릴 때도 위기가 찾아오고, 힘들 때는 또다른 위기가 닥치죠. 모든 게 마음 먹기에 달린 것 같아요."

-요즘 고민은 뭡니까"

"사람들이 강하고 독한 이미지로만 보실까 봐 걱정 돼요. 사실 그쪽보다 코믹에 가깝거든요. 제 다양한 모습을 알리고 싶어요."

-'패밀리가 떴다' 같은 프로에서 섭외가 온다면 출연할 겁니까?

"그럼요. 여행 좋아하는 사람은 어떤 일이든 부딪쳐보는 걸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목 관리를 위해 힘쓴 게 있나요?

"목소리 큰 게 집안 내력인데 이번엔 하도 소리를 질러대니까 금방 목이 쉬더라고요. 하루 60신 중 40신이 제 출연 분량인 날도 있었어요. 생강차, 매실차, 대추차 등 목에 좋다는 건 다 달여 먹었어요."

-살면서 가장 서운할 때는 언젭니까?

"누군가 제 얘기를 경청하지 않을 때죠. 그때마다 외면 당하는 느낌이 들어 마음이 허하죠. 제가 뭔가에 꽂히면 경주마처럼 변하는데 매니저들이 그런 저를 보고 '피곤한 스타일'이래요.(웃음) 근데 그게 잘 안 고쳐져요."

-1992년 미스코리아 강원 미 출신이죠?

"네. 공교롭게 그해 미스코리아 대회가 좀 시끄러웠어요. 한 후보가 심사위원에게 수천만원의 촌지를 건네 문제가 됐죠. 강원도도 난다 긴다 하는 애들이 지원하다보니 엄마들 치맛바람이 장난이 아니었어요."

-서형씨도 촌지를 줬나요?

"엄마가 저 몰래 200만원을 건넸다가 다행히 문제가 커지기 전에 돌려받았어요. 아무튼 그때 형사들이 후보들 집까지 찾아가 조사하고 난리도 아니었어요. 방송국 들어간 뒤엔 PD 사건이 터져 한동안 어수선했고요."

-스트레스는 어떻게 풉니까?

"여행 좋아해요. 유럽, 동남아 가서 느리게 걷는 걸 좋아해요. 어떤 날은 짐을 안 풀고 그대로 다시 들고 떠난 적도 있어요. 다음달 세일 기간에 맞춰 싱가포르 여행을 계획중이에요. 굳이 여행이 아니더라도 자기를 격려해줄 수 있는 취미가 하나쯤은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영혼은 살찌는데 통장은 한없이 가난해진다는 게 문제지만.(웃음)"

[JES]

▷[취중토크 김서형①] 옥탑방·반지하 생활 이젠 아름다운 추억

김범석 기자 [kbs@joongang.co.kr]
사진=이영목 기자 [ym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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