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 구조조정]9.<끝>1회용품 남용…리필제품 쓰면 비용 크게 절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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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6개월 된 딸을 둔 주부 황선희 (28.서울시흥동) 씨는 불경기 극복전략의 하나로 일회용품 사용을 줄여보기로 했다.

“처음에는 일회용품 하면 사무실에서 주로 쓰는 종이컵이나 나들이때 쓰게 되는 1회용도시락.나무젓가락 정도로 생각했죠. 그런데 따져보니 집안에서 쓰는 일회용품도 만만치 않더라구요.” 먹다 남은 반찬을 보관할 때 이용하는 비닐랩이나 김치를 썰때 손에 냄새가 배는 것이 싫어 끼게되는 비닐장갑, 남은 야채를 담아두는 비닐주머니, 행주 빠는 것이 귀찮아 손쉽게 뜯어쓰는 키친타월등 주방에서 사용하는 크고작은 일회용품은 생각보다 종류가 많았다.

뿐만 아니라 아이를 키우면서 살림이 바빠 조금이라도 손을 줄여볼 요량으로 간편함을 추구하다 보니 일회용품 사용은 더욱 늘어났다.

특히 일일이 젖병을 소독하기 번거로워 쓰기 시작했던 일회용 비닐팩 젖병은 1백25매 한묶음에 8천원으로 하루에 6~8개씩 사용하는 것을 감안하면 한달에 돈 만원씩이 꼬박꼬박 쓰레기통으로 들어가고 있었던 셈이다.

또 종이기저귀도 부직포.방수필름.고무밴드.점착테이프등으로 이루어져 자연상태에서 거의 분해되지 않는데다 아기의 건강에도 이로울 것이 없다는 생각에 과감히 사용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일회용 기저귀는 천기저귀에 비해 오줌을 흡수하는 양이 많아 여러번 배뇨후 기저귀를 갈아 채우다보면 아기의 배뇨.배변에 대한 자각이 늦어질 염려도 있었다.

“일회용품은 가급적 사용하지 않기로 하고 보니 번거로운 일은 확실히 늘어났어요. 하지만 일회용품은 경제적으로도 환경보호에도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생각하면 감수해야 할 번거로움이지요. 종이컵만해도 국민1인당 연간 62개를 사용, 2백80억원을 낭비한다는걸 알면 망설일 수 없지요.”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것만으로 월10만원은 아낄수 있었다는 황씨의 설명이다.

결혼 8년째인 이혜숙 (33.경기도안산시본오동) 씨는 요즘 한 번 쓴 랩이나 쿠킹호일을 잘 펴서 다시 사용하고 있다.

일회용품을 어쩔 수 없이 쓰게 되더라도 최소한 '한번 쓰고 버리는 일' 만은 막아보자고 결심했기 때문이다.

“쿠킹호일은 손바닥으로 잘 편 다음 행주로 닦아 사용하고 랩은 물에 헹궈서 말려 쓰고 있어요. 랩의 접착력이 없어졌을 때는 그릇에 씌운 후 고무줄을 이용하면 됩니다.”

슈퍼에서 사는 고기나 야채의 포장용 스티로폴 접시는 다진 마늘을 냉동실에 얼려 보관할 때나 반찬을 나눠담을 때 이용하고 있으며 남은 스티로폴접시나 비닐봉투등은 슈퍼에 다시 갖다 준다.

처음에는 '얼마 아낄려고 이런 궁상을 떠나' 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는 이씨. 하지만 “이런 작은 배려가 가정경제도 살리고 지구환경도 지킨다는 생각에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고 강조한다.

일회용품을 줄이기 위한 전략으로 빼놓을수 없는 것이 리필제품 사용. 세제나 화장품등을 사용 후 내용물만 다시 채워쓰고 칫솔도 머리부분만 교체해 사용하는 등 리필제품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구입비용을 10~50%나 줄일 수 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김선미간사는 “일회용품은 결국 소각장으로 가서 다이옥신이라는 발암물질을 우리에게 내뿜는다” 며 “가정에서부터 일회용품 사용을 경계.자제하고, 나아가서 패스트푸드점이나 편의점등에서 마구 사용하는 일회용품도 재활용품으로 바꾸려는 시민의식이 필요하다” 고 말했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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