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가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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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唐) 나라 현종(玄宗) 때인 755년 발생한 ‘안사(安史)의 난’은 강성했던 당 왕조를 송두리째 뒤흔들었다. 7년에 걸쳐 벌어진 전란으로 사망한 사람만 30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대재난이었다.

최고의 시인으로 꼽히는 두보(杜甫)도 그 참화를 피하지 못했다. 전란이 벌어진 이듬해 가족을 안전한 곳에 머물게 한 뒤 그는 길을 떠난다. 당 왕실에 가담해 반란군에 대항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그는 곧 반란군에 잡혀 죽을 고비를 넘긴다. 관운이 없었던지 당 왕실과 합류한 뒤에도 전쟁에 패한 장수를 변호하다 황제의 노여움까지 산다.

1년 반의 시간이 흐른 뒤 그는 가족이 있는 곳을 찾는다. 가장의 생사를 전혀 알 수 없었던 가족의 눈앞에 그가 직접 나타나는 장면이 ‘강촌삼수(羌村三首)’라는 시로 전해진다. “아내와 아이들이 나를 이상하게 보더니, 놀라움이 가시자 눈물을 닦는다(妻<5B65>怪我在, 驚定還拭淚)….”(『중국시가선』·지영재 편역)

문으로 들어선 가장의 모습을 보고서도 그것이 꿈인지 생시인지 몰라 숨을 멈추는 가족들. 그리고 재회의 기쁨에 그저 눈물만 흘리고 선 정경이 그려졌다. 담담한 서사(敍事)지만 이 시는 전란으로 인한 가족의 이별과 상봉, 아픔과 감격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6·25의 참화가 휩쓸었던 한국에서 유행한 노래 ‘향기 품은 군사우편’도 마찬가지다. “행주치마 씻은 손에 받아든 님 소식은, 능선의 향기 품고 그대의 향기 품어… 전해주던 배달부가 사립문도 못 가서, 복받치는 기쁨에 나는 울었소.”

전쟁터로부터 날아온 편지 봉투에서 확인한 임의 이름, 그리고 잠시 멍해진 뒤 ‘그가 살아 있다’는 데서 느껴지는 기쁨, 이어 터져 나오는 울음이 두보의 시와 같은 맥락이다. 그 주제 또한 가족애임은 물론이고.

가족의 소중함에 대해서는 달리 이를 것이 없겠다. 어려울 때일수록 더 찾고 의지하는 게 가족이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5일 어린이날, 8일 어버이날, 21일 부부의 날 등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는 날이 이어진다.

게다가 11일은 입양의 날, 15일은 스승의 날이다. 나 아닌 남을 가족의 시선으로 볼 수 있도록 만든 기념일이다. 피붙이끼리의 사랑에 그 아닌 다른 사람까지 포용해 보자는 게 5월의 의미다. 이 달엔 가까이 있는 이를 사랑하면서 멀리 있는 이들에게까지 그 따뜻함을 건네는 여유를 챙겨 보자.

유광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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