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리앗 샅바 김영현, 올 모래판 돌풍예고…이태현·김경수등 꺾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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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올해안에 기필코 천하장사에 오르겠습니다.”

오랫동안 스타 기근에 시달리던 모래판에 '골리앗' 김영현 (22.LG증권) 의 시대가 활짝 열렸다.

2m17㎝의 국내 최장신 김영현은 29일 장충체육관에서 벌어진 98설날장사 프로씨름대회 결승전에서 팀 선배 김경수 (26) 를 3 - 2로 누르고 새해 첫 꽃가마의 주인공이 됐다.

지난해 6월 남원대회 백두장사에 이은 생애 두번째 정상. 그러나 이번 우승은 국내 '빅3' 로 불리는 베테랑 이태현.신봉민 (현대).김경수를 모조리 제치고 이룩한 것이라 더욱 값진 것이다.

김은 “지난해까지 키만 크고 중심이 불안하며 기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수용, 이번 겨울동안 1백40㎏에 불과하던 체중을 20㎏ 늘렸다” 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약점이던 하체가 안정되고 파워가 늘며 상대를 압도하게 된 것. 또 긴 팔을 이용한 밀어치기 위주의 단순한 테크닉도 잡치기.되치기.들배지기 등으로 다양해졌다.

이준희 LG감독은 “몸무게를 1백70㎏까지 늘리고 보다 많은 실전경험을 쌓을 경우 올 시즌 씨름판을 평정할 재목” 이라고 칭찬했다.

76년생 용띠인 김영현은 김도근 (53.요식업).이종숙 (42) 씨의 1남1녀중 장남으로 신장이 각각 1m72㎝.1m51㎝인 부모의 돌연변이 (?) 인 셈. 양쪽 시력 0.1의 근시와 키 덕분에 군대까지 면제받았다.

경남중 시절 큰 키 때문에 '당연히' 농구선수로 뛰었으나 민첩성이 떨어지는데다 '실컷 먹을 수 있는' 씨름꾼으로 전향한 특이한 경력을 갖고 있다.

96년초 씨름 명문 한영고를 졸업, 당시 최고액인 3억원의 계약금을 받고 LG증권에 입단한 프로 3년차. 최근 3개 씨름팀의 연이은 해체선언으로 위축된 모래판에 혜성처럼 등장한 김영현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봉화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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