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대표 김무성’ 카드 급부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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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한나라당 내에 ‘김무성(사진) 원내대표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4선의 김무성(부산 남을) 의원은 당내 친박(친박근혜)계 좌장 격이다. 김 의원이 원내대표를 맡는다면 당내 화합의 상징적 의미가 될 수 있다.

당내에선 6일 이명박 대통령과 박희태 대표의 조찬 회동에서 이 문제가 논의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6일 회동은 4·29 재·보선 참패 이후 이 대통령과 박 대표의 첫 만남이다. 박 대표는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재·보선에서 나타난 민심은 우리에게 화합과 쇄신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쇄신에 관해선 이미 당내 쇄신특위를 꾸리기로 했다. 남은 문제는 화합방안이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를 빼어들 것으로 보인다.

당 고위관계자는 5일 “이 대통령과 박 대표의 만남에선 사표를 낸 안경률 사무총장의 후임 등 당직 인선에 대한 얘기가 오갈 것”이라며 “당내 화합을 위해 김 의원을 원내대표로 추대하는 방식에 대한 얘기를 박 대표가 꺼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일단은 신중한 입장이다. 18일 호주·뉴질랜드 순방을 위해 출국할 예정인 박 대표는 “당 쇄신 방안에 관해 내 얘기도 하고 대통령 얘기도 들어볼 것”이라며 “하지만 구체적인 이름을 거명하며 원내대표 얘기를 꺼낼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최근 사석에서 “현재로선 당 화합을 위한 최고 방안이 ‘김무성 원내대표론’ 아니냐”며 “박근혜 전 대표 측이 받아준다면 청와대와 의원들을 설득해 보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5일 미국으로 출국하기 앞서 인천공항 귀빈실에서 환송 나온 지지자들과 함께 환담하고 있다. 박 전 대표는 11일 귀국할 예정이다. [김상선 기자]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는 박 대표만의 생각은 아니다. 전날 당 쇄신을 강력히 요구한 소장파 모임 ‘민본 21’도 “김 의원의 원내대표 선출이 당 쇄신의 목표는 아니지만 화합을 위한 좋은 시도”(김성식 의원)라는 입장이다. ‘원조’ 소장파인 남경필 의원도 “김 의원이 원내대표가 된다면 굳이 조기 전당대회를 열지 않더라도 당이 변한 모습을 어느 정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친박 측은 의견이 나뉜다. 영남 지역의 한 재선 의원은 “언제까지 친박들이 비주류로 겉돌 수만은 없다”며 “김 의원이 원내대표를 맡으면 자연스레 친박 의원들의 당 운영 참여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수도권의 재선 의원은 “주류 측에서 김 의원이 원내대표를 맡을 경우 ‘우리가 이처럼 친박을 배려했다’며 생색내기를 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 간의 화해라는 근본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주요 당직을 맡는 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한 초선 의원은 “김 의원에게 원내대표를 맡겨 놓고 당 지도부와 주류는 재·보선의 책임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의도가 담겼다”고 비판했다.

이날 방미에 앞서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난 박 전 대표는 김무성 원내대표론에 관한 질문에 즉답은 피한 채 웃기만 했다. 그러나 박 전대표와 가까운 주변 사람들은 박 전 대표가 그다지 흔쾌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한 측근은 “박 전 대표는 화합을 위한 진정성 없이 자리만 주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무성 원내대표’ 실현 가능성에 대한 논란도 있다. 이미 친이계인 안상수·정의화 의원이 원내대표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한 친이계 초선 의원은 “개인적으로 김 의원이 원내대표를 맡는 것에 찬성하지만 의원들과의 의견 교환 없이 당 지도부와 청와대가 일방통행식으로 결정하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도 이런 분위기를 의식해서인지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으려는 모양새다. 한 정무라인 관계자는 “박희태 대표가 어떤 얘기를 하느냐가 중요하다. 청와대는 간여하지 않는다”면서도 “박 전 대표 측이 거절한다면 머쓱한 일 아니냐”고 말했다.

당사자인 김무성 의원은 말을 아꼈다. 전날부터 호남 지역을 방문한 김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내가 무슨 말을 하겠느냐”고만 했다.

이가영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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