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리, 젊음·패기 갖춘 맞수와 손잡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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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 존 케리 민주당 대통령 후보(左)가 지난 4월 20일 존 에드워즈 상원의원과 함께 마이애미 국제공항에 도착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지지자들의 환호에 화답하고 있다. [AP 자료사진]

민주당 존 케리 후보가 6일 자신의 부통령 러닝메이트로 존 에드워즈(노스캐롤라이나)상원의원을 지명함에 따라 오는 11월 2일 치러질 미국 대선의 대진표가 확정됐다. 케리 후보는 오랜 망설임 끝에 자신과 대선 후보 경선에서 치열하게 맞붙었던 경쟁자를 후보로 지명하는 극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1980년 공화당의 로널드 레이건 후보가 경선 경쟁자 조지 부시를 러닝메이트로 선택해 승리한 전략이 민주당에 의해 24년 만에 부활한 셈이다. 공교롭게도 6일의 부시 대통령 생일과 겹쳐 부시 대통령은 입맛 쓴 생일 선물을 받게 됐다.

◇지명 배경 뭔가=케리 후보가 에드워즈를 러닝메이트로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그가 이번 대선에서 자신의 여러 가지 단점을 보완해줄 수 있는 최상의 후보이기 때문이다. 우선 나이다. 50대 초반인 에드워즈는 60대인 케리 후보가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젊음과 패기가 있다. 올 초 벌어졌던 민주당 후보 경선에서 에드워즈가 막판까지 케리 후보를 위협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에드워즈의 출신 지역과 성분도 케리와는 정반대다. 케리 후보는 유복한 외교관의 아들로 태어나 예일대를 졸업했고 30대에 하원의원에 당선돼 28년간 의정활동을 한 '워싱턴의 기득권'으로 분류된다. 게다가 미국 내에서도 가장 진보적인 성향이 강한 매사추세츠주의 상원의원이다.

반면 에드워즈는 철강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나 가족 가운데 유일하게 대학에 진학했고 변호사로 자수성가한 뒤 상원의원에 당선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또 미국 내에서 가장 보수적인 남부주의 하나인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태어나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상원의원에 당선된 남부 출신이다.

따라서 지역적으로는 남.북부 연합, 이미지상으로는 귀족과 평민의 조화를 이뤄 유권자들에게 다가가겠다는 게 케리의 전략이다.

에드워즈가 케리 후보에게는 부족하다는 카리스마와 돌파력을 갖고 있고, 지난 경선에서 끝까지 상대방 공격을 자제하는 포지티브 캠페인을 벌인 것도 미국 유권자들에게는 좋은 이미지를 심어 놓았다.

이 때문에 갤럽 여론조사에서는 공화당 지지성향의 유권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민주당 인사가 에드워즈인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어떤 영향 미칠까=우선 케리 후보는 선거전에서 새로운 전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 사태 등 부시 대통령의 각종 악재에도 불구하고 케리 후보의 지지도는 답보 상태다. 하지만 에드워즈를 러닝메이트로 충원한 데 이어 이달 말 보스턴에서 민주당 후보 지명 전당대회가 열리기 때문에 케리 후보는 지지도를 확실하게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이다.

에드워즈를 러닝메이트로 선택한 것이 보수적인 남부 표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미 유권자들은 부통령이나 영부인 후보 때문에 대통령을 선택하지는 않는다는 게 정설이다. 하지만 에드워즈의 친화력이 표류하던 중도파 유권자들을 끌어들일 가능성은 커 보인다. 케리 후보로선 걱정도 있다. 에드워즈의 인기가 너무 높아져 대통령 후보인 케리의 인기를 덮어버릴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케리 후보가 오랫동안 망설인 것도 이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에드워즈 역시 그런 우려를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일단 몸을 낮추면서 케리 후보를 치켜세울 것으로 보인다. 만일 케리-에드워즈 카드가 큰 파괴력을 가진 것으로 확인될 경우 부시 대통령은 인기 없는 체니 부통령 대신 새로운 러닝메이트를 찾을 수도 있기 때문에 미 대선은 갈수록 점입가경이 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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