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도매상 잇단 도산으로 주류 공급 차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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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술 유통기반이 붕괴 위기를 맞고 있다.

국제통화기금 (IMF) 한파로 술 소비가 급격히 줄어든데다 어려움에 처한 주류 제조업체들이 도매상.대리점에 현금결제를 요구하는 바람에 주류 도매상들이 잇따라 도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부 소매업소에는 주류 공급이 차질을 빚고 있다.

26일 대한주류도매협회에 따르면 지난 한햇동안 전국 주류도매상 가운데 무려 1백30여 군데가 부도를 내고 쓰러졌다.

이는 전국 주류도매상 1천2백개중 13%에 해당하는 것이다.

올 1월 들어서는 하루 1곳 이상이 부도를 내고 있어 올 상반기에만 3백여 군데가 문을 닫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IMF 이후 주류 소비가 20% 이상 줄면서 유흥음식점 등에서 자금회수가 어려워졌고 여기에 제조업체들까지 현금결제를 요구해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고 말했다.

OB.조선.진로쿠어스 등 맥주 3사의 경우 지난달부터 도매상들에게 상품대금을 전액 현금으로 받는 것은 물론 그동안 깔린 외상대금도 적극 회수하고 있다.

주류도매협회 관계자는 "주류도매상들은 1조원 안팎으로 추산되는 외상대금을 구하느라 연리 30%가 넘는 고금리로 돈을 빌리는 등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면서 "이런 상황이 계속될 경우 올 하반기에는 술 유통기반이 마비돼 외국업체에 술 유통망을 넘겨주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고 말했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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