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너지기술연구소 올 봄 대덕단지에 착공…기존 건물 소비량의 20%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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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세계 최고 수준의 에너지 초절약 형 건물이 국내에 건설된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소는 3년여에 걸친 기술개발을 지난 연말로 끝내 올 봄 착공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25일 밝혔다.

이 연구소 서항석 (徐恒錫.보급형에너지 절약건물 사업단장) 박사는 "에너지 초절약형 건물은 기존 사무용 빌딩에 비해 에너지 소모가 20%정도인 획기적인 건물이 될 것" 이라고 말했다.

대덕연구단지 안에 있는 이 연구소 한 켠에 지어질 이 건물은 3백30평 규모로 올해 말 완공될 예정이다.

이 건물 공간 1㎡당 예상되는 연간 에너지 소모는 74M㎈ (메가칼로리) .이는 지금까지 세계 최고 수준인 일본의 오바야시구미 (大林組) 기술연구소 본관빌딩의 94M㎈보다 훨씬 뛰어난 것이다.

특히 국내 보통 사무용 빌딩이 1㎡당 3백~3백50M㎈를 쓰고 있는데 비할 때 20%를 조금 넘는 수준이어서 국내 빌딩건축사에 한 획을 긋는 셈. 에너지연구소 측은 세계적으로 실용화된 1백80개 안팎의 건물에너지 절약기술 중 74개의 기술을 새로 지을 에너지 초절약형 건물에 녹여 넣었다고 밝혔다.

설계에 따르면 이 건물은 외장은 물론 실내 구석구석까지 보통 빌딩과는 전혀 다른 면모를 갖고 있다.

한 예로 태양전지판이 건물의 옥상부분을 뒤덮다시피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국산기술로 개발한 이 태양전지판은 실내 조명을 위한 전력을 공급하기에 충분한 28㎾의 전기를 생산한다.

또 인근 산에서 뽑아 올린 신선한 공기를 지하를 통해 사무공간에 공급하기는 것도 재미있는 아이디어다.

땅 속은 계절과 관계없이 섭씨 13~16도로 일정하므로 이를 이용해 여름에는 냉방효과를 겨울에는 난방효과를 볼 수 있다.

건물 전면의 양쪽에는 날개처럼 태양열 집열판이 달렸다.

이 태양열 집열기는 햇빛만으로 온도를 90도까지 공급, 여름철에는 냉방기를 돌리고 겨울철에는 급탕도 한다.

또 지하에 설치된 열병합발전기는 LG기계가 자체 고안한 것으로 열효율이 85%를 넘는다.

한전의 전기가 40%에 못미치는 것에 비할 때 배가 넘는 수준. 徐박사는 "장마 등으로 장기간 날씨가 흐릴 때 외에는 외부에서 전기를 끌어다 쓸 필요가 전혀 없다" 고 말했다.

에너지 소모가 적은 봄.가을에는 외부의 에너지를 지하의 50t짜리 축열조 (蓄熱槽)에 모아 각각 여름철 냉방과 겨울철 난방에 쓸 수도 있도록 설계돼 있다.

그러나 이 건물에도 딱 한가지 단점이 있다.

지금의 수요로는 건축비가 비싸다는 것. 연구소 측은 평당 8백만원 가량이 들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기존 은행 등 고급사무용빌딩이 평당 4백만~5백만원, 일반 사무용 빌딩이 평당 3백50만원 안팎이 드는 것에 비할 때 배 이상 비싼 셈. 그러나 연구팀은 "10년 정도가 지나면 건물 에너지 비용으로 건축비를 상쇄할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한다.

이 연구를 지원하고 있는 통상산업부의 관계자는 "수요자만 많다면 평당 6백만원 안팎에서도 건축이 가능할 것" 이라고 내다봤다.

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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