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우 이웅진 대표 "독신 환상 바람직스럽지 않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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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독신주의는 결혼에 실패한 자들의 변명'이라고 말해 일부 네티즌들의 비난을 샀던 결혼정보업체 선우의 이웅진 대표는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결혼과 독신은 선택의 문제이지만 배우자상이 구체적으로 정립돼 있지 않은 젊은이들에게 독신의 환상을 심어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신념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 직원들과 대화를 하고 있는 선우 이웅진 대표

그는 "성직자 같은 신념형 독신자들은 남에게 독신을 권유하거나 미화하지 않는다"며 "우리 주변에서는 혼기를 놓쳤거나 불행한 결혼생활을 경험한 '사이비' 독신론자들이 독신을 미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결혼이 삶의 한 선택으로 받아들여질 뿐 미화되지 않듯이 독신 역시 미화돼서는 안된다"는 취지에서 그런 발언을 했다고 설명하고, "젊은이들에게 올바른 결혼관을 심어주기 위해 대학에서 '결혼학'을 교양 필수 과목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만혼과 독신풍조가 국가적 재앙인 '저출산'의 주원인"이라며 "결혼을 늦게 해도 된다는 사회적 의식화가 만혼과 독신을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말 일간지 광고를 통해 '조혼과 출산을 장려하는 사회문화적 환경 조성이 시급한 현실에서 복지부의 세심한 정책적 배려 가 중요하지만 만혼 풍조에 대한 결정적 해법들이 눈에 띄지 않는 것 같다"며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대책을 촉구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그는 지난달 29일 CBS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독신주의를 비난하는 발언을 하자 "독신을 추구하는 이유는 개별적이고 다원적인데 너무 단순하게 말했다" "독신도 하나의 선택인데 그것을 인정하지 못한다는 말로 들려 거북하다", "결혼을 상품으로 취급하는 결혼정보회사의 사장다운 발언"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다음은 이 대표와의 인터뷰 내용.

-독신주의 발언과 관련해 일부 네티즌들의 비난을 사고있다.

"잘못된 발언을 했다고는 생각치 않는다.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할 말을 했다는 칭찬을 받기도 했다. 여자가 늦게 결혼하는 것이 여성의 지위 향상이라고 보는 견해에 제동을 걸고 싶었다. 페미니즘의 후유증인지 몰라도 독신을 미화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나타나고 있다. 젊을 때는 연애하고 결혼은 늦게 하는 것이 좋다는 주장은 아무런 검증없이 세뇌된 것이다.

물론 결혼과 독신은 선택의 문제지만 배우자상이 구체적으로 정립돼 있지 않은 젊은이들에게 독신의 환상을 심어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결혼에 실패한 사람들 또는 결혼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사이비' 독신론자가 돼서 독신을 옹호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래도 독신은 개인의 선택의 문제라는 주장도 거세다.

"독신의 사회적 후유증을 생각해 봐야 한다. 독신에서 결혼으로 방향을 유턴했을 때 막상 결혼 상대자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은 개인적 후유증의 하나다. 그것을 누가 책임질 수 있겠는가. 뒤늦은 후회를 하는 것이 당사자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결혼은 경험해야 아는 부분이다. 그 전까지는 누구든 백지상태다. 그 백지에 어떤 그림을 그리느냐는 앞선 세대가 해야 할 일이다. 그 과정에서 '화려한 싱글'에 대한 환상을 심어줘 젊은이들에게 독신을 선택하게 한다면 그 사회적 후유증은 너무나 클 것이다.

일부 독신론자들은 가족제도를 문제삼지만 가족제도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 '나는 결혼에 맞지 않는다'는 생각은 배우자 선택의 실패이지, 그 이유를 가족제도에서 찾는 것은 무리가 있다."

-결혼정보업계에 종사하기 때문에 독신주의에 대한 비판을 한다는 의견도 있는데.

"사이비 독신주의에 대한 비판은 15년간 결혼정보업에 종사하면서 확고해진 나의 신념이다. 다른 조건은 다 괜찮은데 단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만남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많이 보면서 안타까웠다. 업자라서 독신을 비판한다는 말을 들어도 할 수 없다.

사실 만혼 풍토가 유지되면 오히려 사업에는 도움이 된다. 결혼 안한 여자가 늘어나면 결혼정보회사에 의지하는 경향도 더욱 뚜렷해지고, 수요가 늘기 때문에 회비도 올려받을 수 있다. 사업 때문에 독신을 비판하는 것은 아니다.

30대 만혼자들의 현실을 보자. 남성들은 2세 출산 때문에라도 나이 어린 배우자를 선호한다. 여성들은 아무리 뛰어난 능력과 조건을 갖췄다고 해도 3~4년 연령차의 한계를 극복하기가 어렵다. 결혼문화를 지배하고 있는 이런 사회통념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어떤 해결책이 마련된 뒤에 독신을 얘기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평생 독신으로 살 것도 아니면서 몇 년 간의 달콤한 시간을 위해 결혼을 잠시 미뤄뒀다면 그동안 갈고 닦은 사회적 경력과 지위가 나이라는 장벽 앞에서 무력하게 허물어지는 것을 감당하던가, 아니면 결혼 상대자를 미리 구해놓던가 하기를 바란다."

-만혼이 국가적 재앙인 저출산의 주요원인이라고 지적했는데.

"그동안 육아 인프라의 부재만 저출산의 원인으로 지적돼 왔는데 사실 만혼도 저출산을 부추기는 주요원인이다. 만혼은 아이를 많이 낳을 수 있는 인프라를 무너지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다. 그래서 김근태 장관에게 신문광고를 통해 대책을 촉구한 것이다.

인구가 적은 싱가포르는 젊은 남녀들의 결혼을 권장하는 담당부서가 따로 있고, 결혼정보업체 회원가입비 등을 국가에서 지원해준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저출산 문제를 고민하고 있는 일본도 이와 관련된 지원법을 만들려고 검토중이다.

우리도 결혼 적령기에 젊은 남녀들이 행복한 결혼을 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에서 지원을 해줘야 한다."

-만혼 풍토에 대한 대안은.

"일단 대학에서 교양필수 과목으로 '결혼학'을 강의해야 한다. 건전한 결혼관과 함께 바람직한 배우자상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시켜야 한다.

'여성학'과 비례해서 '결혼학'도 늘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남자가 여자보다 3,4살 더 많아야 한다는 고정관념도 깨져야 한다. 그래서 연하남자-연상여자 결혼도 바람직하다고 본다.

회사 홈페이지에서 회원, 네티즌들을 상대로 결혼장려와 관련한 정책공모안을 받아 그 중 실행가능한 아이디어를 추려서 보건복지부에 직접 전달할 계획이다. "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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