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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추적] MB의 531만표 차 압승, 누가 다 까먹었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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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그 많던 이명박 지지층은 다 어디로 갔나.”

4·29 재·보선이 참패로 끝나면서 여권에서 터져 나오는 한숨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7년 대선 때 1149만 표를 얻어 당시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에게 531만 표 차의 압승을 거뒀다. 그러나 이번 재·보선에선 16개월 전의 압승의 흔적을 도무지 찾을 수가 없다. 이 대통령 지지층 이탈 추세가 처음으로 국회의원 선거를 통해 드러났다는 점에서 여권의 고민이 깊다.

인천 부평을, 경주, 울산 북에서 한나라당 후보의 득표율은 2007년 대선, 2008년 총선, 4·29 재·보선을 거치면서 계속 내리막길이다. 부평을은 47.2%(대선)에서 39.1%(재·보선)로, 울산 북은 47.2%에서 41.4%로 떨어졌다. 특히 경주는 74.5%에서 36.5%로 반 토막이 됐다. 한나라당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은 4일 “여론조사를 보는 것과 선거 결과를 접하는 것은 심리적 부담이 하늘과 땅 차이”라고 말했다.

선거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이 나타난 이유로 첫째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 지지층의 소극적 투표 참여를 들고 있다. 정치컨설턴트 박성민 ‘민기획’ 대표는 “박 전 대표 지지층은 현 친이-친박 대결구도에서 ‘한나라당 승리=이명박 승리=박근혜 패배’로 인식하고 있어 한나라당 후보에게 표를 던지는 것을 주저한다”고 진단했다. 한나라당이 정당지지율에선 민주당보다 훨씬 높아도 선거 때 고전한 이유가 이 때문이란 것이다. 지난달 22일 모노리서치 조사에서 경주의 한나라당 지지층 가운데 한나라당 정종복 후보를 찍겠다고 응답한 사람은 절반(49.5%)에 불과했다. 울산 북에서도 친박 성향의 표가 무소속 김수헌 후보(9.4%)에게 흘러가지 않았다면 한나라당 박대동 후보(41.4%)가 진보신당 조승수 후보(49.2%)를 따라잡을 수도 있었다는 결론이다.

둘째 40대 연령층에서 한나라당의 퇴조가 뚜렷해졌다. 40대는 ‘캐스팅보트’를 쥔 세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이 대통령 모두 40대의 지지를 받아 대선에서 승리했다. 그런데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이 40대에서 이 대통령 지지율이 하강 곡선이다.

재·보선 여론조사를 실시했던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40대 계층의 지지율이 실제 투표 결과와 유사한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숭실대 강원택(정치학) 교수는 “촛불시위 대처나 남북 관계 등 이명박 정부의 정국 운영 방식에서 강한 보수 이념이 두드러지면서 교육·취업 등 실용적 이슈에 민감한 40대가 지지를 철회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셋째 행정중심복합도시 논란 속에 충청권 출신의 반한나라당 정서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충청권 출신 비중이 높은 부평을에서 지난 총선 때 자유선진당은 10.2%의 득표율을 거뒀다. 그런데 이번 재·보선에서 자유선진당이 후보를 내지 않자 민주당 홍영표 후보의 득표율이 38.2%에서 49.5%로 10.3%포인트 뛰었다. 반면 한나라당은 4.4% 포인트가 떨어졌다. 충청권표는 한나라당보다 민주당 쪽으로 이동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김정하·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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