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막기 경찰·금감원 공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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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전화 금융사기(보이스피싱)에 이용되는 계좌는 대부분 엉뚱한 사람의 이름으로 개설된 ‘대포통장’ 계좌다. 최근에는 외국인 명의가 주로 이용되고 있다. 외국인은 여권과 ‘장기체류 외국인 등록증’만 있으면 통장을 만들 수 있는데, 대포통장을 만들 땐 위조된 여권이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이를 막기 위해 국내 은행 두 곳은 출입국관리소 신분 조회 시스템을 통해 실시간으로 위조 여부를 검증하고 있다. 하지만 나머지 은행들은 이런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않다. 앞으로는 이런 문제점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과 금융감독원이 유기적으로 협조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경찰청과 금융감독원은 4일 금융범죄 근절을 위한 업무협약서를 교환했다. 사건이 일어났을 때만 일시적으로 협조하는 게 아니라 상시적인 위원회를 만들어 인력과 정보·노하우를 공유하기로 한 것이다.

금융범죄는 최근 3~4년 사이에 급격히 증가했다. 불법 고리사채는 자살과 살인으로까지 이어지고, 보이스피싱이 노인들의 경제 기반을 빼앗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경찰청 관계자는 “사채나 보이스피싱의 피해자가 대부분 서민이라는 점에서 금융감독원 서민금융지원실 등의 협조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두 기관은 구체적인 공조 계획을 세우기로 했다. 최근 현금자동입출금기(ATM)의 하루 이체 한도가 5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낮아지고, 1회 이체 한도가 1000만원에서 600만원으로 낮아진 것도 경찰과 금감원의 업무 협조에 따른 것이다. 두 기관은 앞으로 금융권과 협의를 거쳐 고객이 ATM에서 돈을 찾을 때 ‘보이스피싱 가능성에 주의하라’는 내용의 안내 방송이 나오게 할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금융 신고센터 등을 통해 실질적인 사례를 축적하고 있지만 압수수색 같은 수사권이 없어 아쉬운 점이 많았다”며 “두 기관이 서로 상대 기관의 연수나 교육에 참가하게 되면 금융범죄 조사 인력의 전문성이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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