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주5일제로 줄어든 4시간 메우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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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 강도는 더 세게-생산공정은 확 바꾸고-직원들의 자기계발은 화끈하게 지원하고…'.

주5일근무제가 본격 시행되면서 기업들이 앞다투어 '생산성 끌어올리기'에 나서고 있다. LG경제연구소에 따르면 토요일 근무가 없어지면 근로시간은 평균 9.1%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경제연구소도 근로시간이 동일할 경우 주5일제 도입 시 임금은 평균 14.5% 상승할 것으로 추산했다. 결국 생산성 향상이 유일한 돌파구인 셈이다. 이에 따라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 5단체도 6일 '생산성 10% 높이기 운동'을 제안했다.

LG전자의 경우 가전제품의 생산 공정을 '디지털 생산방식(DMS)'을 통해 단순화하고 있다. 대형 납품업체들이 소형 협력업체들로부터 받은 부품을 1단계 조립한 뒤 LG전자에 납품하는 방식이다. LG전자는 조립작업이 한번 생략되는 만큼 생산 효율이 높아진다. 회사 측은 "공정 단순화로 인력에 10%가량의 여유가 생긴다"며 "남는 인원은 다른 라인이나 공정에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우일렉트로닉스는 'LCA(Low Cost Automation.저비용 자동화)'라는 생산공정 개선에 나섰다. 영상가전공장인 구미사업장의 경우 근로자들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생산현장에 적용해 TV 생산라인 길이를 25% 정도 줄였다. 이로 인해 시간당 200대이던 생산능력은 시간당 260대로 높아졌다.

삼성전자와 현대중공업.농협유통 등은 집중근로제를 통해 주5일제에 대응하고 있다. 집중근로제는 오전과 오후의 특정 시간대를 회의나 휴식시간 없이 업무에 전념토록 하는 것이다. 일부 회사는 업무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집중근로시간에 온 전화는 당직자가 전부 받아 메모해 넘겨주고 있다.

쉬는 날을 이용해 직무와 관련한 동아리 활동을 하는 경우 회사들은 파격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자기계발을 통해 근무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효성은 매주 토요일 오전 9시부터 영어회화.중국어.토익(TOEIC ) 등 6개 외국어 과정을 운영하면서 강사료와 장소 임대료를 회사 측이 부담하고 있다. LG전자는 토요일의 외국어 및 업무 관련 강좌 수강신청자가 30% 이상 늘어나면서 현재 100개인 강좌 수를 크게 확대할 계획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모든 임원을 일본 도요타 자동차의 생산혁신 프로그램 연수에 보내 자발적인 생산성 향상 노력을 독려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 이지평 연구원은 "주5일제는 위기이자 기회"라며 "기업들이 생산성 향상을 통해 주5일제를 이겨나갈 경우 고기술.고수익 기업으로 체질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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