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인터넷 전쟁, 아파트 넘어 주택가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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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속인터넷 사업자 간의 불꽃 튀는 경쟁이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 새 승부처는 단독·다가구·다세대·연립 같은 비 아파트 주택지역. 1라운드의 주무대인 아파트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른 데 따른 확전(擴戰) 양상이다. 아파트 이외 주택의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중엔 100비트 광랜 사용자가 31%에 불과해 시장개척 여지가 크다. 게다가 일반 주택가의 60만 가구는 아직 초고속인터넷을 쓰지 않는 미개척지다.

포문은 후발인 LG파워콤이 열었다. 지난달 일반 주택가 전용 광랜 서비스인 ‘엑스피드100’을 출시한 것. 서울·수도권과 부산 지역에서 시작해 연내 전국으로 확대할 참이다. 그만큼 판촉의 강도가 세다. 서울 강북구 등 단독·다가구 밀집지역마다 가판대를 설치해 모집에 나섰다. 선발 업체인 KT와 SK브로드밴드도 다급해졌다. 두 회사는 2007년 2월과 4월에 각각 비 아파트 주택 대상의 광랜 서비스를 출시한 바 있다. KT에 170만 가구, SK브로드밴드에 90만 가구가 가입해 있다. 그러나 아파트라는 대단위 공동주택에 비해 영업·설치비가 더 드는 데다 규모의 이익도 적어 적극적인 마케팅을 하진 않았다. 한데 뒤늦게 뛰어든 업체가 ‘전의’를 자극하고 나선 것이다.

LG파워콤의 요금 정책도 공격적이다. 3년 약정 기준으로 월 사용료가 2만8000원. KT의 3만600원, SK브로드밴드의 2만9700원보다 저렴하다. 그러나 KT 관계자는 “가격 차가 크지 않은 만큼 중요한 건 서비스의 질”이라고 말했다. 초고속인터넷에 이동통신·인터넷전화·IPTV 등을 묶은 결합 서비스가 대세인 만큼 개별 상품의 가격이 약간 싸다고 손님을 확 끌어가기 힘들다는 주장이다.

실제 100메가 광랜의 가장 큰 장점은 다양한 결합 서비스를 불편 없이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초고속인터넷에 가입한 단독·다가구 주택의 69%는 아직 속도가 각각 4, 10메가 수준인 ADSL과 VDSL을 쓴다. 초고속인터넷과 인터넷 전화·IPTV를 동시에 쓰기 힘든 수준이다. 그런 만큼 새 시장에서의 광랜 경쟁은 결합상품 경쟁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KT와 SK브로드밴드가 “결합서비스의 질과 요금으로 승부하겠다”고 맞받아친 연유다.

KT는 유선 서비스 통합 브랜드인 ‘쿡’ 을 적극 내세워 수성에 나설 셈이다. 이장세 부장은 “273만 가구인 광랜 서비스 가능 비 아파트 주택 수도 연내 360만 가구까지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SK브로드밴드의 가장 큰 무기는 SK텔레콤 이동통신 서비스를 포함한 결합상품 ‘T밴드’다. LG파워콤의 백용대 부장은 “업계 경쟁은 그간 다소 소외됐던 단독·다가구 소비자들이 더 나은 서비스를 받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나리 기자

◆초고속인터넷=1메가비트 이상 속도의 인터넷. 기존 전화선을 이용한 ADSL과 여기서 발전한 VDSL, 광케이블을 이용해 속도를 100메가비트로 올린 광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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